정부, 27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3단계 격상 주목
3단계 기준인 1주일간 하루 평균 800~1000명 초과
정부 "일시 증가…신규 확진 900~1000명대 유지돼"
"연말연시 특별방역 잘 되면 다음주 후 감소세 전망"
전문가 "3단계기준 초과한 만큼 짧게라도 시행해야"
"중환자 하루 30~50명씩 1주 300명…의료체계 마비"
"연말연시 특별방역 실효성 떨어져…3단계 돌입해야"
정부는 방역·의료체계와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이 제대로 작동될 경우 다음주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같은 전망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3단계 격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3단계를 짧은 기간이라도 실시해 확산세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시행 중인 병상 확보 계획만으로 중환자 치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3단계 격상을 통한 시간벌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5일 오전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 1241명 중 국내발생 확진자는 1216명이다. 지난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하루 동안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이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하루 평균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1005.9명이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 상한을 넘은 것이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은 일주일간 하루 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가 800~1000명일 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시적 증가"라고 진단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중앙재낸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급증 이유는 서울동부구치소 2차 전수검사 결과 288명의 확진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그 외에 나머지 지역 감염 사례는 최근 추세를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900~1000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실시되는 '연말연시 특별방역'에 대해선 "이런 조치(연말연시 특별방역)가 같이 이뤄진다면 다음주를 지나 감소세로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격상 기준에 따라 즉각 3단계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한 만큼 하루빨리 격상해야 한다"며 "최소한 거리두기 격상 원칙을 지켜야 국민도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해 정부 조치를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1~2주라도 짧게 3단계 조치를 해야 한다"며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 지 거의 2주가 다 되어가는데, 효과가 없었다. 효과가 없으면 3단계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2.5단계, 비수도권 지역에 2단계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있지만 확진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최장 잠복기 14일을 고려하면 거리두기 효과는 시행 10~14일 이후에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오는 28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기간이 끝나는데도 반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6일 기준 일주일간 하루 평균 국내 확진자 수는 처음으로 800명을 넘어 833명으로 집계됐다. 3단계 격상 기준 범위(800~1000명)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지난 8일 0시 기준 383명이었던 수도권 일일 신규 확진자는 현재 600~700명대를 보이고 있다. 25일에는 서울동부구치소 추가 확진자 288명을 포함해 862명이 나왔다. 비수도권 지역 일일 신규 확진자는 8일 180명에서 점차 증가해 이달 23~25일 사흘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다.
물론 검사량 증가에 따른 확진자 증가 요인도 있다. 지난 14일 수도권에서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이 시작되 이후 총 147곳에서 41만1604건의 검사가 진행돼 확진자 1025명을 찾았다.
중수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장비·인력을 갖추고, 중수본 지정을 받은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지난 24일 기준 전국적으로 380개다. 이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88개이며, 서울 14개, 경기 24개 등이 남았다. 심지어 대전·세종·전북·전남·경남엔 남은 병상이 없다. 다른 질병 중환자도 치료 가능한 중증환자 치료병상 290개 중 확진자가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은 13개뿐이다.
최근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 사례가 다수 일어나면서 위중증 환자도 큰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 12일 0시 기준 179명이었던 위중증환자 수는 15일 205명, 19일 275명으로 증가했다. 25일에는 311명으로 더 늘어났다. 25일 기준 위중증환자 311명 중 60대 이상 고령 환자는 277명(88.7%)이다.
김우주 교수는 "하루 확진자 1000명 중 중환자 비율이 3~5% 정도라 가정하면, 적어도 하루에 30~50명, 일주일에 300명 가량의 중환자가 나온다"며 "이 속도대로라면 곧 누적 사망자가 1000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25일 누적 사망자는 773명으로, 전날보다 17명이 더 늘었다.
김 교수는 이어 "상급종합병원 병상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하면, 비코로나19 환자는 당연히 밀려나 사망자가 늘어나는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궁여지책으로 체육관 등에 임시 병원을 마련하는 방법 등 효율적인 병상 확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량이 증가하는 성탄절과 신정 연휴 기간 방역을 강화 차원에서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을 내놨다. 이달 24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식당 내 5인 이상 모임 금지, 스키장·스케이트장 등 겨울 스포츠 시설, 파티룸 집합금지, 숙박시설 예약 50% 이내 제한 등이 주 골자다.
하지만 천은미 교수는 "점심 시간 식당에 가보면 직장인들이 몰려있다. 단체로 가더라도 나눠서 앉으면 제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3단계 돌입 후 재택근무, 시차근무제 등을 실시하게 되면 식당이나 대중교통에 다수가 모여 감염 전파 위험성을 일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도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인원을 쪼개서, 안 보이는 곳에서 모임을 하는 등 실제 모임을 줄이는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며 "숙박시설 예약 50% 이내도 결국 문을 열어둔다는 이야기인데, 감염 차단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확진자 발생 추세와 함께 방역체계, 의료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오는 27일 거리두기 격상 여부를 결정한다.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비수도권만 2.5단계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전국 동시 3단계 격상을 감행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게 된다. 거리두기 후속조치 결정은 내년 1월3일까지 실시되는 연말연시 특별방역과 별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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