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작업 능숙', '다수 논문 게재'…정경심 실형 결정타

기사등록 2020/12/25 13:01:00

정경심, 입시비리 모두 유죄…징역 4년

'PC 사용에 능숙 못 한 컴맹이다' 항변

법원, 과거 경력증명서 위조 정황 지적

"스캔, 파일 삽입 작업 능숙함 인정 돼"

교수 재직하며 '다수 논문 게재'도 지적

"논문 작성에 많은 노력 필요한지 알것"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 7개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으로 법정구속된 데는, 법원이 '정 교수가 파일 작업에 능숙하고, 다수 논문을 게재했다'고 한 판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지난 2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렸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정 교수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에게 컴퓨터 사용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 교수는 딸 조모씨와 공모해 지난 2013년 6월께 자신의 주거지에서 컴퓨터로 아들의 상장을 이용, 딸의 동양대 총장 명의 최우수봉사상 표창장을 위조한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의 상장을 스캔한 뒤 캡처해 워드 문서에 삽입하고, '동양대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만 오려내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들고 이를 딸의 표창장에 붙여 출력하는 방법으로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는 PC 사용에 능숙하지 못한 컴맹에 가깝다'며 컴퓨터를 이용해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표창장 위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과거 정 교수가 자신의 경력을 위조하는 과정에서 능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한 점을 제시했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관련 압수된 강사휴게실 PC 1호의 비할당영역을 복원한 결과 '경력증명서.pdf' 파일 등이 저장돼 있었다.

이는 정 교수가 과거 1985년 3월2일부터 1988년 8월31일까지 다녔던 회사에서 근무한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경력증명서 원본 스캔 파일이었다.

이와 함께 해당 PC에서는 '經歷證明書(경력증명서).docx' 파일도 발견됐는데, 이는 앞선 파일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전체를 새롭게 타이핑한 것으로 정 교수의 재직 기간을 3년6개월에서 8년2개월로 변경한 내용 등이 있었다.

재판부는 "하단의 고무인 및 법인 인영 부분은 '경력증명서.pdf' 등 파일에서 해당 부분을 캡처하거나 잘라 붙여 놓은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작성할 이유가 없는 서류라 정 교수가 복합기로 스캔해 삽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정 교수는 2013년 6월16일 문서를 스캔하고, 스캔한 문서에서 특정 부분을 캡처하거나 오려 붙여 다른 파일에 삽입하는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정 교수가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다수 논문을 게재한 사실을 근거로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가 허위인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 중에는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주고, 딸의 단국대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받은 이른바 '스펙품앗이'를 한 혐의가 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딸 조씨는 이 사건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원으로서 활동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실제로 이 사건 논문의 작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 교수가 서울대 대학원 영문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까지 교수 등으로 근무하며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면서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 작성을 위해 어느정도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도 딸 조씨를 통해 장 교수가 보내준 논문을 받은 뒤 이를 검토해 이 사건 논문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당시 고등학생인 딸 조씨가 논문을 이해하거나 작성할 기초지식이 없던 사정도 알았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