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에 집값·주가 떨어지면…가계·기업 67조 신용손실

기사등록 2020/12/24 11:00:00

"경제주체 긍정적 기대감에 신용위험 저평가"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기업 부문의 신용손실이 67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위기 때 보다 신용위험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24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실물경제 여건에 비해 금융시장 가격 변수에 신용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충격에도 대출 가산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큰 폭 하회하고, 주가에 반영된 기업의 예상부도확률도 0.25%로 금융위기(0.8%)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신용위험이 저평가되고 있는 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에 대한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긍정적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경우 경제주체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자산가격 하락, 신용공급 축소 등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이 내년부터 3년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지속 하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조정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가계의 신용손실이 13조5000억원에서 18조7000억원, 기업의 신용손실이 21조3000억원에서 48조1000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부도율도 충격 전 0.96%에서 1.32%로 0.36% 상승하고, 기업대출 부도율도 2.29%로 0.93%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도 14.9%에서 충격후 13.0%로 하락했다.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76조4000억원의 시장손실, 가계·기업 부문 신용 손실(66조8000억원), 금융기관간 상호 연계로 인한 전염손실(18조2000억원)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증권과 보험사의 경우 유가증권 보유 비중이 높아 다른 업권보다 시장 손실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업대출 부실이 가계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시스템 내 신용위험에 대한 저평가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경기회복 지연, 금융불균형 조정 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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