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내사종결' 12년전 판례가 근거…"문제없다" 왜?

기사등록 2020/12/23 15:50:07 최종수정 2020/12/23 15:56:03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내사 종결

피해자 "폭행 정도 경미, 정차 중 발생" 진술

경찰, 폭행 혐의로 적용…처벌불원서도 제출

"대법원 판례 살피면 이 차관 사건 폭행 해당"

대법 "정차하면 택시 운행 종료된 걸로 봐야"

"교과서도 승객 깨울 떈 운행 의사 없는 것"

[과천=뉴시스] 김병문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들어서고 있다. 2020.12.2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혐의 사건을 경찰이 내사종결한 처분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각 판례들을 분석한 경찰은 일반 폭행 혐의 적용 등 이 차관 사건 처분에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한 택시기사는 지난달 6일 밤 이 차관에게 멱살을 잡혔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택시기사를 불러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때 택시기사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정차 중 멱살을 잡히는 경미한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택시기사는 최초 신고 당시 '(운전 도중)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폭행이 발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행 중'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블랙박스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블랙박스에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의 영상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 수사관들은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각자 맡은 사건과 유사한 하급심 판례를 찾아서 적용하게 된다"며 "운전자 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 입장은 2008년도 대법원 판례가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12월11일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를 받는 A씨 사건을 심리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2007년 4월17일 오전 0시15분께 서울 구로구청 앞 한 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말다툼 끝에 기사의 머리와 머리를 감싼 오른손을 주먹으로 수회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주차할 의사를 가지고 목적지인 구로경찰서 안으로 5m 정도 진입해 택시를 세운 다음 약 30분 이상 그곳에서 이동하지 않은 이상, 정차 시점부터는 비록 엔진이 정지되지 않은 상태라 해도 택시의 운행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11월30일 이 판결을 인용해 폭행 또는 폭행으로 인한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전혀 인정되지 않으면 일반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아 특가법을 위반하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후 하급심들은 이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각 사건을 판단해왔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시선이다.

2017년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양철한 판사는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된 B씨 사건을 심리하고, 폭행 혐의만 인정했다. 그리고 처벌불원서가 접수된 것을 바탕으로 공소기각 판단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세종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22. photo@newsis.com
B씨는 2017년 8월31일 오전 0시30분께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요금을 지불하라는 택시기사의 얼굴을 2회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양 판사는 특가법이 개정(2015년 6월)된 후인 이 때에도 2008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에 있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과 같이 특가법 보호법익의 침해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는 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2015년 6월 개정된 특가법이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에 포함된다'고 돼 있는 점을 들어 이 차관 사건처럼 하차를 위해 택시가 정차한 상황에 사건이 발생했어도 '운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한다.

그러나 교과서도 경찰의 판단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3월 출간된 교과서인 '특별형법'(6판)에는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승객이 자고 있어 깨우는 경우 ▲브레이크를 걸어넣고 운전자가 요금 시비로 차에서 내린 경우 등에 대해 "운전자의 운행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돼 있다.

특가법 개정안이 대법 판례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당시 부산고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호제훈)는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C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특가법) 개정 규정의 취지는 (개정 전 특가법 상) '운행 중'에 포함되지 않던 것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고 개정 전에 해석의 여지가 있던 경우 중 하나를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특가법 개정안이 2008년 대법원 판례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을 포함되도록 개정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 물적 증거,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람이 운전자를 폭행해 (대법원 판례가 설명하는)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수사관들이 판단하게 된다"고 전했다.

경찰이 종합적으로 사건 관련 여러 상황 등을 판단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도, 일반 폭행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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