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탈세 관여' 전직 삼성 임원…대법서 유죄 확정

기사등록 2020/12/26 09:01:00

이건희 소유 주식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자금 추적 피하려 여러 차명계좌 개설해

1·2심, 징역 3년에 집유 4년…대법, 확정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하고 세금을 포탈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삼성 임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씨는 지난 2008년과 2011년 이 전 회장이 주식 양도소득세로 내야 할 77억7900여만원을 포탈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그룹 임원으로 일했던 전씨는 이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관련 세금을 납부하는 업무를 맡았다. 전씨는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그룹 계열사 임원의 명의를 빌려 다수의 증권위탁계좌를 개설해 관리했다.

이 같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전씨는 이 전 회장이 갖고 있던 그룹 계열사 6곳의 주식을 매도했다. 양도소득이 발생했지만 이 전 회장은 관할 세무서에 양도소득과세표준 확정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씨가 이 전 회장과 공모해 다수의 차명계좌를 사용하거나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있는 현금 입·출금 방법을 통해 위 재산이 이 전 회장의 소유임을 숨기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 삼성물산에서 건축사업팀장으로 일한 최모씨 등 3명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회삿돈 33억여원을 이 전 회장의 자택 공사 비용으로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조세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 수입의 감소로 일반 국민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라며 "다수의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전씨가 최종적이거나 중요한 결정 권한을 갖고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차명계좌 이용으로 실질적인 이익은 이용자에게 귀속된 것이고, 전씨가 얻은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벌금 77억8000만원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했다.

자택 공사비 대납 혐의를 받는 최씨 등에 관해서는 "삼성그룹 사주 등 건축주들의 주택 공사 비용을 삼성물산에 전가시킨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실질적 이익은 피고인들이 아닌 삼성그룹 사주 등에게 귀속됐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최씨와 정모씨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전씨만이 불복했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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