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 컸던 강남·송파 등서 초고가 매매 거래 재개
초강력 규제에도 신고가 경신 지속 중, 약발 다해
'규제 일변도' 정부 정책 한계 봉착했나 우려 커져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매수세가 돌고 돌아 서울 강남권으로 회귀하면서 초고가 아파트 매매시장에 신고가 경신이 재개됐다.
특히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실거주 목적의 매매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거래가 불가능한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예외는 아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그동안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허가제 시행 지역마저 이파트값이 들썩이는 초유의 사태에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12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서울은 0.04% 올라, 지난주(0.0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2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왔지만 최근 3개월가량 보합권(0.00%) 문턱에서 횡보해 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적었던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 몇 달간 '키 맞추기'식 상승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송파구(0.08%), 서초구(0.06%), 강남구(0.05% 유지)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3구 지역이 모두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초강력 규제라는 '토지거래허가구역'마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난 6월23일부터 강남구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서 대지지분 18㎡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거주 목적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관할 구청의 허가가 받는다. 사실상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가 둔화되면서 관망세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이들 4개 동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62건이었으나, 이후 급격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며 ▲7월 65건 ▲8월 40건 ▲9월 40건 ▲10월 33건 순으로 확연한 감소세다. 지난 4개월간 거래량을 합쳐도 178건에 불과해, 6월 한 달 거래량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11월 들어 거래량이 반등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신고가 경신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1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3건으로, 전월(33건) 대비 크게 늘었다. 아직 11월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기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열흘가량 남아 반등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7일 거래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는 전용 84㎡가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24억2000만원)를 넘어섰다.
송파구에서도 지난달 28일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가 29억5000만원에 거래돼 3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용면적 178㎡(12층)는 지난 9일 39억5000만원에 거래를 신고해, 종전 최고가 39억원보다 5000만원 높은 금액에 팔렸다.
주요 아파트 단지 외에도 지난 2015년 이후 거래가 없었던 강남구 삼성동 '월성빌라트' 전용 82㎡(2층)도 최근 14억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가인 5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59㎡(8층)가 지난 2일 종전 최고가(18억원) 대비 8000만원 높은 18억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규모를 가리지 않고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워낙 혼란스러워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통해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 '매도자 우위'의 시장 상황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103.7로, 기준치(100)를 웃돌고 있다. 이 지수는 공급-수요 상황을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 것인 데, 기준치를 넘게 되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집주인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갖게 된다.
이 와중에 매물이 없고, 전셋값은 뛰면서 오히려 사려는 사람이 더 다급해졌다. 일부 다주택자는 내년 보유세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주택수를 줄이는 등 강남권 등 '똘똘한 한 채'로 자산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집주인은 매수 문의가 늘자 호가를 낮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의 24차례 부동산 대책에서 집값을 잡지 못하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자체가 정부의 집값 상승 '보증수표'라는 인식도 만연하다.
당초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큰 폭으로 늘리겠다고 예고하자 올 연말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이와 거리가 있다.
'역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 과잉 유동성에 강북이나 부산 등 일부 지방도시에서 20억원 이상 거래가 나오기 시작하자 서울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상 매도자, 매수자 양쪽 모두 당분간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보니 상승 폭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아무리 강한 규제책을 동원하더라도 시중에 부풀고 있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집값 상승과 하락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의 시장이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다소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우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 거주 목적 외에는 거래를 허가하지 않는 토지거래허가제도는 그동안 정부가 쓸 수 있는 초강력 카드로 여겨졌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강남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신고가 경신은 매매·전세 동반 상승세의 영향으로 생긴 비이성적 과열 내지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맹목적인 상승 기대감은 버블을 키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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