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한국인 최초 푸스카스상 '쾌거'…어떤 상인가?

기사등록 2020/12/18 10:54:55

FIFA 2009년 제정 '한 해 가장 멋진 골' 선정

헝가리 출신 레알 마드리스 전설 '푸스카스' 업적 기려

[런던=AP/뉴시스]토트넘 손흥민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와의 16라운드 전반 70여 미터를 단독 돌파하고 있다. 2019.12.08.
[서울=뉴시스] 우은식 안경남 기자 = 한국 축구의 자랑 '손세이셔널' 손흥민(28·토트넘)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전 '70m 원더골'이 18일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차지했다. 

한 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에 주는 푸스카스상을 한국 선수가 차지한 것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한국 축구의 유럽 진출 선구자인 차범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박지성도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다.
FIFA 2009년 제정 '한 해 가장 멋진 골' 선정
헝가리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축구 전설 페렌츠 푸스카스의 이름을 딴 이 상은 2009년 제정돼 한 해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 한다.

FIFA가 홈페이지에 후보를 올린 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투표로 최종 3인을 가린 뒤 팬(50%)과 축구전문가(50%)의 투표를 합산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팬 투표는 12월9일까지다.

손흥민을 생애 첫 푸스카스상 후보에 올려놓은 골은 지난해 12월7일 번리와의 EPL 16라운드 경기에서 나왔다.

전반 32분 토트넘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은 이후 폭풍 질주로 자신을 둘러싼 상대 수비수 5명을 차례대로 따돌린 뒤 최종 수비수까지 6명을 엄청난 스피드로 제치고 득점에 성공했다.

질주한 거리만 70m가 넘었고, 자신을 둘러싼 상대 공격수뿐만 아니라 미드필더와 수비수 그리고 마지막엔 골키퍼와 1대1인 찬스에서도 침착한 마무리 능력을 선보이며 '원더골'을 완성했다.

우사인 볼트급 스피드였다. 손흥민의 번리전 최고 시속은 33.41㎞였다. 100m로 환산하면 10초77이다. 순간 최고 속도라 해도 그냥 뛴 게 아니라 볼을 가지고 드리블을 하면서 뛰었다.

손흥민은 당시 득점 장면에 대해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골이었다. 당시 경기장에 부모님도 와 계셨는데, 자랑스럽고 행복했다"라고 회상했다.

엄청난 솔로골에 찬사가 쏟아졌다. 은퇴 후 해설가로 활동 중인 잉글랜드 축구 전설 게리 리네커는 시즌이 한참이나 남은 상황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 시즌 최고의 골"이라고 단언했다.
[런던=AP/뉴시스]토트넘 손흥민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와의 16라운드 전반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9.12.08.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이 볼 터치 12번으로 번리를 산산조각냈다"고 전했고, 타임스도 "아름다운 골"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포르투(포르투갈), 첼시(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에서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을 지도했던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도 손흥민의 원더골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내 아들은 전부터 손흥민은 손나우두(Sonaldo: 손흥민과 브라질 축구 전설 호나우두(Ronaldo)의 합성어)라 불렀는데, 오늘은 정말 손나우두 같았다. 그의 골을 보고 호나우두가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 주역인 호나우두는 1996년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뛸 당시 콤포스텔라를 상대로 하프라인부터 달려 득점한 적이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 스태프로 일하던 무리뉴 감독은 호나우두의 골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손흥민을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교했다.

마라도나는 1986년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비슷한 골을 넣은 적이 있다. 최근 고인이 된 마라도나는 당시 축구종가 잉글랜드 선수 8명을 차례대로 제치고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골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축구의 신' 마라도나가 사망한 2020년 손흥민의 번리전 70m 원더골이 푸스카스상 후보에 오른 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영국 매체 플래닛풋볼은 손흥민을 유력한 푸스카스상 후보로 언급하며 "전 세계 축구계가 세상을 떠난 마라도나를 애도하고 있다. 마라도나를 연상시킨 이 골이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게 맞다. 손흥민은 그럴 자격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헝가리 출신 '페렌츠 푸스카스' 기려 푸스카스상은 헝가리 출신 축구 선수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영웅인 페렌츠 푸스카스로부터 따왔다.
[취리히=AP/뉴시스]손흥민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0' 시상식에서 푸스카스상을 받은 후 인터뷰를 하면서 미소짓고 있다. 푸스카스상은 한해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손흥민은 지난 시즌 번리를 상대로 뽑아낸 ’70m 원더골'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0.12.18.
1950년 세계 축구계를 호령한 전설의 팀, 일명 '매직 마자르'로 불린 헝가리 대표팀의 주장을 지낸 그는 훗날 펠레(브라질), 에우제비우(포르투갈) 등과 함께 1960년을 대표하는 레전드로 기억되고 있다.

헝가리 명문 부다페스트 혼베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푸스카스는 1956년 헝가리 혁명으로 일어난 반공 봉기가 소련군에 의해 무력 진압되는 사건이 벌어져, 스페인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이후 2년간 축구를 할 수 없었던 푸스카스는 당시로는 노장이던 31세에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해 아르헨티나 출신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투톱을 이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5연패란 역사를 썼다.

특히 1960년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선 프랑크푸르트(독일)와 경기에서 혼자서 4골을 터트리며 7-3 대승을 견인하기도 했다.이 뿐만이 아니다.
[베른=AP/뉴시스] 헝가리의 축구 전설 페렌츠 푸스카스가 1954년 스위스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954.7.5.
푸스카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1960년부터 1965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연패를 차지했고, 4차례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또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무려 두 번의 해트트릭으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인물이다.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하다. 1952년 헝가리 대표로 출전한 헬싱키올림픽에서 4골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라질이 세계 축구를 점령하기 이전 헝가리는 가장 강력한 팀이었다.

하지만 월드컵과는 연이 없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결승전까지 독주했지만, 조별리그에서 8-3 대승을 거뒀던 서독에 져 우승을 놓쳤다. '베른의 기적'으로 불리는 당시 서독의 승리는 축구 역사상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푸스카스는 스페인 망명 후 1962년 칠레월드컵에 스페인 대표팀으로 참가했으나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스페인 대표로 단 4경기만 뛰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과 달리 과거엔 국적을 바꿔 월드컵에 나가는 일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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