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뉴시스] 박홍식 기자 = "애미야 이거 내 글씨로 맹글(만들)었다. 한글 뽄트(폰트) 란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배운 경상도 할머니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는 손 글씨가 무료 글꼴로 탄생됐다.

15일 칠곡군에 따르면 할매시인으로 알려진 할머니 5명의 글씨체를 한글과 영문 서체(폰트)로 제작해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 배포한다.

군은 시집, 영화제작으로 이어진 성인문해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어머님의 따스한 품과 고향의 정을 전달하기 위해 서체를 제작했다.

서체(폰트)는 글씨체 원작자의 이름을 딴 권안자 체, 이원순 체, 추유을 체, 김영분 체, 이종희 체 등이다.

칠곡군은 지난 6월 폰트 제작을 위해 성인문해교육을 받고 있는 400여 명의 할머니 가운데 개성 있는 글씨체의 할머니 다섯 명을 선정했다.

선정된 할머니들은 자신의 글씨체가 디지털화 돼 영구히 보존된다는 소식에 마지막 유언 남기듯 한자 한자 신중하게 글자를 썼다.

4개월 동안 펜을 몇 번씩 바꿔가며 연습에 몰두해 한 사람당 2000여 장에 달하는 종이를 사용하는 등 폰트 만들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폰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을 힘들게 한건 영어와 특수문자였다.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특수문자의 경우 작업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때 가족들이 할머니들의 일일강사로 나서 폰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

서체가 공개되자 주민들은 "저 보다 글씨를 더 잘 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종휘(78) 할머니는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아들, 손주, 며느리가 내가 죽고 나면 내 글씨를 통해 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도 값진 문화유산을 만들어냈다"며 "문화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 서 계신 칠곡 어르신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칠곡군은 지역 홍보 문구와 특산물 포장지에 칠곡할매 서체를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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