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李·朴' 사과…탄핵 족쇄·비호감 털고 정권교체 '깃발'

기사등록 2020/12/15 14:37:21 최종수정 2020/12/15 16:46:00

내년 재보궐·대선 승리 위한 포석

내홍 접고 '단일대오' 결의 의미도

金, 사과 진정성 부각·당 쇄신 강조

보수 의식 李朴 과오는 두 문장 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영 문광호 기자 = 15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탄핵으로 채워진 '족쇄'와 '비호감'을 벗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와 관련한 당내 혼란을 일단락하고 '단일대오'로 선거 모드에 돌입한다는 선언적 의미도 있다. 

결국 이날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은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문재인 정권 심판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깃발을 드는 '출정식'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입법 전쟁'이 끝나자마자 지체 없이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의 이날 사과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바로 잡지 못한 자성과 당 쇄신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거 승리를 위해선 비호감 탈피와 중도층 공략이 필수인 만큼 진정 어린 사과가 필요하단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 "집권 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통치 권력을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 "통렬한 반성" "공구수성(恐懼修省·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이 마땅" "간절한 사죄의 말씀" "용서를 구한다" 등의 표현으로 진정성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기회를 빌어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들어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며 당 혁신과 쇄신을 강조했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선 정경 유착, 경영 승계 묵인, 국정 농단 등 구속 사유를 담은 두 문장으로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이는 당 내 친박계와  아스팔트 지지층인 보수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메시지 자체가 완화되지 않았나.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크게 반발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을 대신한 사과가 아니라 우리당에 대한 사과이기 때문에 잘됐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로 '넘어야할 산'을 통과한 만큼 김종인 비대위는 본격적으로 보궐선거 모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당은 내달 초쯤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 출범하고 경선 절차에 돌입한다. 또 본격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윤석열 검찰 총장 징계, 공수처 출범,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보궐선거의 화력이 될 대정부 공세의 수위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날 사과가 보수 지지층의 이반과 당 내홍을 부르는 '악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 관련 사과문 발표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15. bluesoda@newsis.com
당장 사과 직후부터 친이(親李)·친박(親朴)세력에서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컷 두들겨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베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고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국회 앞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참으로 통탄스럽고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며 "김종인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사과하는 '거짓쇼'를 중단하고 국민의 힘 해체 선언을 지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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