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땐 '보험성 뇌물' 적용…술접대 검사는 왜 김영란법?

기사등록 2020/12/15 15:01:00

'김봉현 술접대' 부부장검사에 김영란법 적용

"막연한 기대감에 접대…뇌물죄 적용 어렵다"

5년전 진경준 사건서는 "보험 성격도 '뇌물'"

1심서 무죄 선고하자 "너무 좁게 해석" 반박

진경준 뇌물, 무죄 결국 확정…반면교사 됐나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0.04.26. semail3778@naver.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검찰이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접대 자리에 있었던 A부부장검사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시선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5년 전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때와 이번 A검사에게 적용하지 않을 때의 뇌물죄 성립 범위를 상반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전담팀(부장검사 김락현)은 김 전 회장의 '검사 술접대' 폭로와 관련해 A검사와 술접대 자리를 주선한 검사 출신 B변호사, 그리고 김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지난 8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A검사에게 김영란법만 적용하고 뇌물죄는 따로 적용하지 않자 일각에서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소 발표 당시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왜 뇌물죄 적용은 안 했느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이에 검찰은 따로 답변 자료를 내 ▲술자리 당시 해당 검사가 라임자산운용(라임)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술접대 6개월 후 구성된 라임 수사팀에 A검사가 합류할 것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김 전 회장의 술자리 참여 경위도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만 있어, 뇌물죄를 적용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김 전 회장도 이 술접대 자리에 대해 'B변호사 요청'에 따라 '검사들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술자리를 만들었다 정도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경준에 '뇌물죄' 적용했던 檢, 이번엔 판단 달랐다
하지만 뇌물죄에 대한 검찰의 이번 판단은, 5년 전 진 전 검사장과 김정주 NXC 대표 사이에 불거졌던 '넥슨 공짜주식'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2016년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김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 매입용으로 4억250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총 9억53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며 ▲진 전 검사장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는 사건이면 진 전 검사장이 직접 유리한 처분 또는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고 ▲진 전 검사장 직무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이면 진 전 검사장이 담당 검사 또는 유관기관 소속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받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보험' 차원으로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검찰이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진 전 검사장에게 나나 회사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제공 받은 공짜 주식 등은 직무 관련성,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하자 즉시 항소했고, 2심 결심공판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한 구체적 현안이 없다고 뇌물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장래 발생할 일에 대해 보험 성격으로 뇌물을 주고받은 것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은 뇌물죄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 진 전 검사장은 수사권한이 있는 검사이고 김 대표는 언제든지 직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징역 13년형을 구형했다.

진 전 검사장 때와 비교하면 이번 A검사 사건에서 검찰이 '뇌물죄'를 대하는 태도는 상반되는 것이다.
결국 '무죄' 결론 난 진경준 뇌물죄…반면교사 됐나
다만 진 전 검사장과 A검사 사건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울 순 있다.

진 전 검사장은 뇌물수수 의혹을 받은 액수가 4억2500만원에 달했다. A검사의 경우에는 그 액수가 1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진 전 검사장의 직책과 부부장검사라는 직책 사이에서 직무권한 등을 판단할 때의 차이도 컸을 수 있다.

진 전 검사장 사건과 같은 사례들이 검찰에겐 일종의 '반면교사'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진 전 검사장에게 적용됐던 뇌물죄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의 '뇌물죄'를 인정, 징역 7년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17년 12월 이 뇌물에 대해 뇌물 부분을 면소 및 무죄 취지로 판단하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김 대표이사의 '기대감 진술'을 "피고인 장래 직무와 관련되는 사건이 어떤 것 인지 또는 과연 그런 사건과 관련지을 만한 정도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피고인이 받은 돈과 관련 사건 내지 피고인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 추상적이고 막연하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에서도 검찰은 징역 13년형을 구형했지만, 파기환송 재판부도 해당 뇌물죄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공소시효도 완성됐다며 무죄 및 면소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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