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영하 10도, 탁 트인 선별검사소 의료진 어쩌나

기사등록 2020/12/14 17:27:34 최종수정 2020/12/14 21:06:47
[고양=뉴시스] 이호진 기자 = 14일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역 앞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검체 채취를 준비하고 있다. 2020.12.14. asake@newsis.com

[파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확대 조치로 14일부터 수도권에 임시 선별검사소 140여곳이 순차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경기북부에는 이번주 내내 강한 한파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현장 근무자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파주시와 고양시 등에 따르면, 파주시는 정부의 코로나19 검사 확대 방침에 따라 파주시 공원관리사업소 앞에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하고 이날부터 검체 채취를 시작했다.

시는 운영 첫날 임시선별검사소에 23명의 인력을 투입해 오전에만 160명의 검체를 채취했다. 정부가 지원한 검사인력 2명과 경찰관 5명도 처음으로 업무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날 수도권 일대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가뜩이나 피로가 심한 현장 근무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날 파주시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8도, 오후에도 영하 5~6도에 머물렀다.

탁 트인 야외 선별검사소는 바람이 불 때마다 시베리아 벌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한 추위가 느껴지는 상태다. 한파가 주 후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보돼 임시선별검사소 등 야외 근무에 투입된 인원들의 건강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근무자들을 위해 현장에 야외용 히터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워낙 추운 날씨 탓에 바로 옆에서 온기를 쐬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일부 근무자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손을 비비는 등 힘겨워하기도 했다.

고양시의 일산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의 상황도 비슷해 천막 내외부에 야외용 히터가 설치돼 있지만, 오염 가능성 때문에 천막 한쪽 면이 그대로 열려 있어 사실상 야외에 서 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고양은 전날 지역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최근 확진자가 증가한 지역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운영된 일산역 앞 선별검사소에는 검사 개시 전부터 시민 수십명이 긴 대기줄을 형성하기도 했다.


[파주=뉴시스] 이호진 기자 = 14일 경기 파주시 공원관리사업소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 검사를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2020.12.14.

그나마 시민들은 검사 후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면 되지만, 현장 근무자들은 따로 추위를 피할 곳도 없이 컨테이너와 히터 몇개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현장에 있던 고양시보건소 관계자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월화수목금금금’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피로 때문에 직원들 입술이 모두 부르튼 상태”라면서도 “오늘부터는 강추위까지 겹쳤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니 어떻게 하겠냐”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각 지자체 선별진료소 역시 감염 위험 때문에 임시선별검사소처럼 야외에 설치된 상태여서 현장 인력들은 올겨울 혹한과 극심한 피로감을 동시에 이겨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파주시 관계자는 “현장이 너무 추워서 조만간 바람을 막아줄 몽골텐트를 추가 설치하고, 검사 후 대기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저녁 늦게 퇴근해서 하루 5~6시간 자고 나오는 게 전부지만 힘들기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최대한 기운을 내서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가 음성이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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