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수사' 이젠 경찰로…국정원 조직·예산도 흡수하나

기사등록 2020/12/14 16:33:26

국정원 대공수사 권한 폐지…활동 통제도

국정원, 정보 수집만…반대급부 경찰권↑

경찰 국수본, 유일 대공수사 기관 가능성

정보 경찰, 통제 장치에도 재량 등 우려

안보수사 역량↑…예방적 정보 강화 시사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7인, 찬성 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간첩 등 대공수사를 폐지하는 방향의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찰 권한 확대가 주목받고 있다. 개편 체계 적용 시 경찰은 대공 수사, 국내 정보 관련 권한을 집중 행사하는 기관이 될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권력기관 구조 개편 차원에서 국정원 권한 축소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대공수사권 폐지 부분은 2024년부터 적용 예정이다.

개편 체계에서 국정원은 원칙적으로 대공 관련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현재 국정원에는 내란·외환, 반란, 암호부정사용, 군사기밀보호법과 국가보안법 사건 등 이른바 대공수사에 대한 사법경찰권이 부여돼 있다.

그러나 개정법에 따르면 국정원 직무 범위는 국외·북한,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위성자산 등 안보 관련 우주 정보 수집·작성·배포 등으로 제한된다. 안보·국익 관련 내·외국인 활동 확인·견제·차단과 대응, 주요 기관에 대한 사이버테러 예방·대응 등도 할 수 있다.

명문 규정상 대공, 대정부전복 등 국내 보안정보는 직무 범위에서 삭제됐다. 종전 대공 수사에 관한 부분 활동은 혐의 또는 안보침해 행위 관련 정보 수집·작성·배포 등으로 한정된다.

국정원의 대공 관련 활동 범위를 분리, 수사는 폐지하고 정보 부분만을 남긴 것이다. 아울러 정보 또는 방첩 관련 활동에 대한 적법절차 원칙 준수를 명문화하는 등 통제 장치가 강화됐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경찰권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현재 대공수사 기능을 하고 있는 두 기관 가운데 국정원 쪽 권한이 폐지되면서 반대급부로 경찰 수사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경찰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신설하고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하는 등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후 국정원 대공수사 폐지가 적용되면 국수본은 국내 유일한 대공수사 기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관련 조직, 인력, 예산이 경찰 쪽으로 옮겨질 소지도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번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경찰로의 '이관'으로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관련 제한을 경찰권 강화 측면에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국정원 역할이 축소되는 만큼 국내 정보에 대한 경찰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방향의 관측이다.

정보 경찰 문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못지않게 인권침해 등 우려 제기가 있었던 지점이다. 이에 대응해 경찰 수집 정보 범위 등에 관한 통제 장치가 도입되지만 여전히 재량이 폭넓다는 비판 등이 존재한다.

개정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은 경찰 수집 정보 개념을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로 두고 있다. 종전 규정인 '치안정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정보활동은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 확인 등이다. 구체적 범위와 처리 기준, 사실 확인 등 절차와 한계는 하위법령으로 정하게 된다.

경찰은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권한 강화 측면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정원법 국회 통과 이후 "국가 안보수사 책임기관으로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찰은 독점적 대공수사권 행사에 앞서 안보 관련 관계기관 협력,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안보수사교육센터 설치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정보 수집 관련 활동 강화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경찰은 공공안전 위험 요소를 선제 파악하는 등 예방적 활동을 위한 정보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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