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환대, 국내에선 비주류…김기덕 감독 논란의 영화들

기사등록 2020/12/12 15:06:10

칸·베네치아·베를린 '세계 3대 영화제' 휩쓴 유일한 韓영화인

극단적인 묘사에 평가 엇갈려…'여성 혐오' 문제도 제기

【모스크바=AP/뉴시스】김기덕 감독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1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2019.04.19.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칸, 베를린, 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 본상을 수상하며 거장 반열에 오른 김기덕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돼 화려했던 명성은 추락했지만 그의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 오래도록 회자될 전망이다.

 김 감독의 영화는 항상 논란을 몰고 다녔다. 극단적인 폭력과 성폭행, 엽기적인 행각, 변태적인 심리, 여성 비하적인 장면과 대사 등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특히 한국 사회의 비루한 현실을 배경으로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밀도 깊게 그린다는 찬사와 여성을 남성의 시각에서 도구화한다는 악평이 오갔다.

 데뷔작 '악어'는 한강변에서 익사자 시체를 건져 생계를 유지하는 도발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샀고, '파란 대문'은 여대생이 친구가 된 성매매 여성을 대신해 일을 한다는 장면을 담아 비판받았다. 평범한 여대생이 조폭에 의해 강제로 매춘부로 전락하는 '나쁜 남자'는 관객과 평단에서도 '여성 혐오' 문제가 제기됐다.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소재로 소외된 이들의 자화상을 그렸다는 평가와 동시에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바라보는 외설적인 작품이라는 비판도 직면했다. '피에타'는 근친상간, 존속살해 등 패륜적 소재로 논란을 일으켰다.

'섬'에선 여성이 성기에 낚싯바늘을 넣는 장면으로, '뫼비우스'에선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는 장면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인은 국내보단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아왔다. 기존의 영화 작법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연출력으로 해외 특히 유럽권에서 환대 받았다. 김 감독은 칸, 베네치아,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인이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고, 같은 해 '빈집'으로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또 '아리랑'으로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 '피에타'로 2012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으며 정점을 찍었다.
【서울=뉴시스】강진형 기자 =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된 영화 '피에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축하연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marrymero@newsis.com

해외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됐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비주류 감독의 비애를 안고 살아야했다.

2005년 극장을 잡지 못해 '활'을 단관 개봉 형식으로 관객에게 선보여야 했던 김 감독은 이듬해 '시간'은 아예 국내 개봉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가 막판에 배급사가 나타나 극적으로 개봉을 하게 됐다.

당시 그는 스크린을 싹쓸이하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라선 '괴물'을 거론하며 "'괴물'은 한국영화 수준과 한국관객의 수준이 만난 영화"라고 한국영화 산업을 비꼬았다.

'피에타'의 명성도 잠시뿐이었다. 이후 내놓은 '뫼비우스'와 '일대' 등도 흥행과 거리가 멀었고 국내보다 해외 자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잦아졌다.

흥행면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영화는 '나쁜 남자'로 국내에서 70만 관객을 동원했다. 최고 흥행작은 2008년 본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영화는 영화다'로 130만명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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