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비원' 갑질 주민에 5년형…"처벌 약하다" 분노

기사등록 2020/12/12 01:01:00 최종수정 2020/12/12 03:14:24

입주민, 경비원에게 상습 폭언·폭행 혐의

경비원, 정신적 고통 호소…결국 극단선택

1심 재판부, 입주민에게 징역 5년 선고해

"대법원 권고형량 1년~3년8개월 넘었다"

일부서 불만…"의도적인 폭행, 살인죄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48)씨가 지난 5월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 도봉동 서울북부지법을 나서 경찰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5.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입주민이 1심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사람을 극단선택으로 내몰았는데 5년형은 너무 짧다"며 분노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선고 당시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권고형량을 벗어나는 형을 정했다"며 대법원 양형 기준보다 강한 처벌을 내렸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지난 11일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입주민 심모(48·구속기소)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혐의들에 대해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라 정해진 권고형량은 징역 1년~3년8개월 사이"라며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양형기준이 정한 권고형량 범위를 벗어나는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행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결백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 자체에 대해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피고인의 각 범행으로 피해자가 생을 마감한 사실은 형법 제51조 양형 조건에서 정한 '범행 이후 정황'에 해당하는 만큼 형을 정하는 데 이를 참작했다"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경비원의 죽음도 심씨 양형에 감안이 됐다는 의미다.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은 법원이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사항들을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씨가 받고 있는 혐의들에 대해 대법원 양형 기준이 정하고 있는 권고형량은 ▲일반 상해 기본 4개월~1년6개월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감금 기본 10개월~2년 ▲특정범죄가중법상 상해 기본 1년~2년 ▲특가법상 보복폭행 기본 10개월~2년 등이다.

해당 혐의들은 피고인의 범행 정도 및 참작 사유 등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형벌이 감경될 수도 가중될 수도 있다.

이처럼 1심 재판부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대법원 양형 기준 권고형량을 넘어선 형량을 선고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법원 선고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한 네티즌은 "결국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입주민 때문인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의도적으로 폭행을 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이것은 살인죄"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선고공판 이후 북부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피해 경비원의 친형 최모씨는 "검찰의 구형은 9년이었는데 법정 선고는 5년이다. 법에 따라 그럴 수는 있겠지만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친형으로서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깝다"며, "우리 동생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마무리가 됐으니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면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