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밝혀달라" 경비원 눈물의 유언…전부 유죄로 입증

기사등록 2020/12/10 14:20:33 최종수정 2020/12/10 14:25:09

1심 재판부, 갑질 입주민에 징역 5년 선고

경비원, 5월 극단 선택 전 음성유언 남겨

"저처럼 억울한 사람 없게 진실 밝혀달라"

입주민, 일부 혐의 부인…"감금 등 없었다"

재판부 "모든 혐의들 유죄로 인정" 판단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48)씨가 지난 5월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 도봉동 서울북부지방법원을 나서 경찰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5.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아파트 경비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입주민에게 10일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입주민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 전 음성 녹음으로 남긴 피해사실 등 절절한 유언이 모두 사실로 인정된 셈이다. 이 입주민은 수사단계와 법정에서 경비원에 대한 감금 및 보복성 폭행 등은 없었다면서 일부 혐의들을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이날 오전 열린 심모(48·구속기소)씨의 상해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혐의들 중 일부를 부인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혐의들 전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심씨로부터 당한 학대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던 경비원 최모씨는 지난 5월 자택에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그 전에 음성 녹음을 통해 자신이 당한 피해 사실들과 심씨에 대한 엄벌 호소 등의 내용이 담긴 유언을 남겼다.

당시 최씨는 "심씨가 '경비복을 벗어라'라고 말하면서 '산으로 가자'고 했다"며 "심씨가 '너와 나의 싸움은 하나가 죽어야 끝이 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또 "심씨가 '사직서를 안 냈으니까 100대를 맞아야 한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처럼 경비가 맞아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죽는 사람이 없게 꼭 (진실을) 밝혀달라"며 "경비를 때리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5월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고 있다. 숨진 경비원 최씨는 지난 4월21과 27일 입주민으로 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고, 지난 5월10일 오전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05.11. park7691@newsis.com
이같은 최씨의 유언과 달리 심씨는 수사단계와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일부 혐의들을 계속 부인했다.

심씨는 지난 7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도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제가 고인에게 '머슴'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는 절대 주먹으로 고인의 코를 때리거나 모자로 짓누르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겐 진심으로 심심한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심씨의 감금 및 보복폭행, 협박 등 모든 혐의들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들과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신을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지난 4월부터 5월 사이 피해자를 경비실 화장실에 감금하고 상해를 가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을 피해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화장실 문을 막아선 뒤, 대화를 하자는 이유로 피해자가 벗어나지 못하게 한 행위는 감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이후 피해자는 병원을 찾아 뇌진탕, 코뼈 골절 등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해를 했거나 제3자로부터 상해를 당했을 수도 있다고 진술했지만, 이같은 진술은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안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피고인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사표를 쓰라고 협박한 혐의도 부인했지만, 당시 상황이 녹음된 녹취록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경비가 주민을 고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등 피해자가 자신을 신고한 사실을 탓하는 내용이 다수 확인된다"며, "이를 모두 종합해보면 범행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복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심씨는 지난 4월21일 경비원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최씨를 때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얼굴 부위 표재성 손상 등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달 27일 최씨가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까지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최씨는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상 등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심씨의 이같은 폭행·협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지난 5월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지난 6월 심씨를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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