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입주민 징역 5년…유족 "태어나선 안될 사람" 눈물

기사등록 2020/12/10 11:27:39 최종수정 2020/12/10 11:30:37

입주민, 경비원에게 상습 폭언·폭행 혐의

경비원, 정신적고통 호소…결국 극단선택

1심 재판부, 입주민에게 징역 5년 선고해

친형 "지금이라도 사과하라" 눈물 호소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는 입주민 심모(48)씨가 지난 5월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 도봉동 서울북부지방법원을 나서 경찰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5.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의 경비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입주민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가운데, 피해 경비원의 유족이 "이번 사건에서 갑질을 일삼은 입주민은 태어났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 심리로 열린 심모(48·구속기소)씨의 상해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 권고형량은 징역 1년~3년8개월 사이지만,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해 양형 기준이 정한 권고형량 범위를 벗어나는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선고 이후 북부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피해자의 친형 최모씨는 "검찰의 구형은 9년이었는데 법정 선고는 5년이다. 법에 따라 그럴 수는 있겠지만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친형으로서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동생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마무리가 됐으니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면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중간중간 눈물을 흘린 최씨는 "동생의 사망 이후에도 입주민의 사과는 전혀 없었고, 법정에서도 보복감금과 보복폭행 등 혐의들을 부인하기만 했다"며 "정말 저 사람은 인간으로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씨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저 사람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오죽하면 제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할 때도 입주민을 보기 싫어서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요청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제 동생은 남한테 말도 함부로 안 하고 정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동생이 지금이라도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살리고 싶다.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지난 5월12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마련된 고(故) 최모 경비원를 위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분향을 하고 있다. 2020.05.12. misocamera@newsis.com
최씨는 "입주민에게 지금이라도 부탁하는데, 변호사나 편지, 아니면 언론을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저와 가족 모두 그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고 했다.

입주민 심씨는 지난 4월21일 경비원 최모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최씨를 때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얼굴 부위 표재성 손상 등을 가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같은 달 27일 최씨가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복할 목적으로 최씨를 경비실 화장실까지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최씨는 이로 인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상 등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심씨의 이 같은 폭행·협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지난 5월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거세게 일었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지난 6월 심씨를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달 7일 결심공판에서 심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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