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등 국보급 305점 기부…정부, 금관문화훈장 추서
文대통령 "대 이어 국보급 문화재 기부…사회에 큰 울림"
대선 전 세한도 의미 언급 "잃어버린 정신, 변치 않는 약속"
김정숙 여사, 곶감·무릎담요 등 선물…"오래 잊지 않겠다"
아들 손성규 교수 "국민 품 되돌려 드리는 일 매듭 기뻐"
"힘든 과정 겪고 있는 국민께 조금이나마 위안 될 수 있길"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2시 손 선생과 아들 손성규(61)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내외를 청와대로 초청, 국보를 흔쾌히 국가에 무상 기증한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 선생은 추사 김정희의 걸작 '세한도'를 포함해 평생 수집한 문화재 305점을 조건 없이 국가에 기부했다. 문화재청은 전날 손 선생에게 금관 문화훈장을 추서, 기부의 공로를 기렸다. 해당 작품은 지난달 말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 전시 중이다.
올해 91세 고령의 손 선생은 건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전날 문화재청 주관의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청와대 초청에 손 선생이 적극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히자, 문 대통령은 차량과 함께 선임행정관을 자택으로 보내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은 손 선생 도착 시점에 맞춰 미리 마중 나갔다가, 90도 인사로 어려운 발걸음을 해준 어르신에 예를 다했다.
문화재 담당 정부 부처를 대표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각각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양현미 문화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각각 배석했다.
국보 제180호의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1840년 제주도 귀양살이 당시 청나라에서 유학 중이던 자신의 제자 이상적(李尙迪)이 자신을 잊지 않고 귀한 서적을 보내주자 답례하기 위해 만든 수묵화 작품이다.
'세한도'라는 작품명은 '날이 추워진(歲寒·세한)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도록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고난과 역경에도 변함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잊지 말자'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세한도 역시 부친 소유의 작품을 손 선생이 추후 기증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조건 없이 국민의 품으로 기증한 모습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기나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세한도 속 소나무와 어르신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김정숙 여사는 "일반 가정집에서 옛그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게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훌륭하게 남겨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손수 만든 곶감과 무릎담요, 세한도 오른쪽 하단에 찍힌 인장인 '장무상망(長毋相忘)'이란 글귀를 비단천에 자수로 새긴 선물 등을 손 선생에게 전달했다. '장무상망'은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임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선 출마전 발간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세한도 속 추사가 새긴 인장인 '장무상망'을 거론하며 일관되게 추구해야 할 가치로 인간관계, 우정, 사랑, 신의 등을 예로 든 바 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변치 않고 꾸준하고 묵묵하게 지켜가고 실천해가는 '약속의 얼굴'이 좋다"며 "세한도도 그런 그림이 아니겠는가"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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