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살 학대' 혐의 보육교사, 기소…"500만원에 합의하자"

기사등록 2020/12/10 08:00:00 최종수정 2020/12/10 08:11:19

경기 파주 어린이집서 교사가 상습학대 혐의

머리·턱 때리고 팔 잡아당기는 등 신체 학대

"친구들 앞 왕따 시켜"…정서적 학대 혐의도

처음에 혐의 부인…재판 넘어가자 선처 부탁

"화해, 용서로 가해자가 반성하는 경우 있다"

피해아동 모친 "가해교사, 합당한 벌 받아야"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약 6개월에 걸쳐 5살 남자아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집 교사가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가해 교사 및 어린이집 측은 피해아동 모친이 처음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했을 때 이를 부인하고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삭제했지만, 이후 학대 혐의들이 드러나자 '500만원'을 거론하며 합의를 제안하고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경기 파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9월 초까지 약 6개월 동안 이 어린이집에 다닌 B(당시 만 5세)군을 정서적·신체적으로 상습 학대한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한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이 기간 중 총 9차례에 걸쳐 B군을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게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점심시간에 자신이 담당한 반의 다른 아이들에게만 음식을 나눠주고, B군에게는 음식 및 간식 등을 주지 않은 채 이유없이 화를 내고 음식을 받기 위해 줄에 서있던 B군을 빠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군은 비어있는 식판을 가슴에 움켜쥔 채 혼자 서서 다른 아이들이 음식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같은 반 아이들과 식사를 하던 B군에게 갑자기 다가가 식판을 빼앗고, 숟가락을 이용해 B군의 입 안으로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A씨는 B군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앞뒤로 흔들고, 팔을 잡아당겨 강제로 바닥에 주저앉게 하는가 하면, 턱을 손으로 때리는 등의 신체적 학대를 상습적으로 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같은 반 아이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B군에게만 "너에게 줄 장난감은 없어"라는 등의 말을 하며 혼자 있게 하고, 또 "우리끼리만 놀자"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등의 정서적 학대 행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의 모친 C씨는 "선생님이 이상하다. 나만 항상 째려보고 다른 친구들을 다 데려간다" 등과 같은 B군의 말을 듣고 학대를 의심해 어린이집 측에 CCTV 영상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어린이집 원장은 C씨와 상의없이 영상들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학대를 방관하고 CCTV 영상을 고의적으로 삭제한 혐의 등을 받는 원장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수사 결과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하다 재판에 넘겨진 교사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모친 C씨에게 합의금을 제안하고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지난 9월과 10월 C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만큼 징역형의 형사처벌이 예상되고, 최대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 등 사실상 보육교사로서의 삶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교사를 엄벌에 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크시겠지만, 화해와 용서로 가해자가 더욱 진심으로 반성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했다.

이어 "선처해주신다면 어머님 역시 가급적 이 일을 빨리 잊고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어떠한 금액으로도 위로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500만원 이상의 소정의 합의금이나마 드리고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C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동학대 전·후 상황과 반성 여부 등을 다 따지고 살펴봤지만,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종결할 마음은 전혀 없다"며 "죄질이 나쁘고 가해 교사가 이번에 넘어가면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인성을 갖고 있는 만큼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가해 교사와 어린이집 측이 '학대를 안 했다'고 계속 잡아떼서 저랑 제 아이만 주변에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는 등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했다"며 "주변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A씨 혐의에 대한 재판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6단독 권기백 판사가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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