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우리가 지구를 잘 돌보지 못했다"…'미드나이트 스카이'

기사등록 2020/12/11 06:10:00
[서울=뉴시스]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12.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구 종말을 앞두고 모두가 떠나간 북극에 홀로 남은 과학자가 있다. 덥수룩한 하얀 수염에 구부정한 자세, 무표정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신한 조지 클루니다.

9일 극장에서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에서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 '오거스틴'과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지구와 연락이 끊긴 우주 비행사 '설리'가 짧은 교신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적막한 연구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오거스틴의 모습으로 영화는 문을 연다. 많은 동료가 함께 있었지만 모두가 떠나갔고,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거스틴은 'K-23' 행성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는 '에테르호'를 확인한다. 미래의 땅이 되기를 바랐던 행성이지만, 이미 지구는 종말을 맞이했고 더 늦기 전에 그들에게 상황을 알리려 한다.
[서울=뉴시스]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12.10. photo@newsis.com
하지만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교신이 어려워지자, 오거스틴은 더 강력한 안테나가 있는 다른 기상관측소를 찾아 나선다. 거대한 눈보라를 뚫고 북극을 가로지르는 험난한 여정에 위기도 맞는다.

에테르호는 지구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그 어느 곳과도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곧 귀환해 그들과 만날 날을 기대한다.

오거스틴과 에테르호의 교신이 이뤄지기까지 각각의 이야기가 영화의 큰 줄기를 차지한다. 그 속에서 그려지는 북극과 우주의 모습은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서울=뉴시스]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12.10. photo@newsis.com
새하얀 눈으로 휘몰아치는 북극 그리고 새까만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우주는 고독하면서도 수려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말을 맞은 지구의 상황은 처참하지만, 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역설적으로 북극과 우주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거대하고 장엄한 자연과 우주 속에 미약한 인간의 모습을 영상미로 담아낸다. 여기에 장면마다 힘을 실어주는 음악도 또 하나의 역할을 한다.

 영화는 지구 종말 그리고 고립된 북극과 우주에 남겨진 사람들,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과 희망, 사랑을 이야기하며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서울=뉴시스]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12.10. photo@newsis.com
교신에 성공한 후 푸른 빛이 사라진 지구를 본 에테르호 비행사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그 속에는 각자의 삶과 사연이 담겨 있지만,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통점이 있다.

"잘은 몰라도 실수였다고 알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오거스틴의 고백과 같은 대사는 현실 속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같다.

천재 과학자였지만 정작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을 잘 돌보지 못한 오거스틴의 회한도 묻어나 먹먹함과 여운을 안긴다.

오거스틴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가 주연이자 감독, 공동제작을 맡았다.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로 조지 클루니는 극의 무게감을 잡는다.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가 원작이다. 오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