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사건 접수한 즉시 본부로 보고 의무화
초동 단계부터 재외공관 자체 판단 원천 봉쇄
본부 지휘 아래 신속 체계적으로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성과 등급' 이어 '인사 등급'도 최하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 외부위원 2명 늘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훈령을 전면 제·개정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번 지침 개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11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공관 내 성희롱 조사 및 처리 절차를 규정한 지침이나 매뉴얼이 부족한 점을 개선하라고 권고한데 따라 이뤄졌다.
우선 외교부는 재외공관에 적용되는 성비위 지침을 별도로 제정해 성비위 사건 처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재외공관장의 책무를 강화키로 했다. 그 동안 공관은 외교부 본부 지침을 준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관장과 공관 고충상담원의 역할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담은 재외공관 지침을 따라야 한다.
특히 재외공관 고충상담원이 성비위 사건을 접수한 즉시 본부에 보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보고 후에는 본부 지휘에 따라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본부 보고 방식에 대한 상세한 지침이 부재했지만 앞으로는 초동 대응 단계부터 재외공관의 자체 판단과 처리를 원천 봉쇄하고, 본부 지휘 아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장 판단 하에 성비위 사건이 처리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다시 사건이 불거져 전체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본부에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성비위 사건이 발생하면 본부에서 일원화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도 한층 강화된다. 공관은 사건 접수 즉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행위자를 피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해 2차 피해 예방 등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행위자의 사건 관여를 차단하고, 처리 단계별로 피해자와 행위자 진술을 기록할 세부 서식을 마련해 관련 자료 수집과 관리 표준화하기로 했다.
반면 가해자에 대한 제재는 강화된다. 외교부는 성비위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와 별개로 공직 경력 관리의 기본이 되는 인사 등급에서도 당해연도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도록 규정해 무관용 원칙을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기존에는 성비위 징계 처분 시 성과 등급에서만 최하위 등급을 부여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해 '제식구 감싸기' 논란도 차단한다. 현재는 내부 위원 3명과 외부 위원 3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를 2명 늘릴 방침이다. 위원회에서의 성희롱·성폭력 의결 내용은 징계 절차의 기본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본부 및 재외공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의 횟수와 시간을 연 1회, 1시간 이상에서 연 4회 4시간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침 개선을 계기로 무관용 원칙하에 엄중한 조치를 강력히 시행하고, 외교부 기강을 바로세우는 일 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최근 피해자와 사인 중재 협의를 타결했다. 사인 중재는 뉴질랜드 노동법에 따라 피고용인이 피해를 준 고용주에게 위로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피해자와 가해자간 민형사 절차는 아직 남아 있지만 외교부는 사인 중재로 당사자 간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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