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中 사이 자율성 지키려면 국방·기술에 더 많이 투자해야"

기사등록 2020/12/05 00:12:56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자주적이려면 비용 더 지불해야"

"美 보호우산 원한다면 비용은 싸겠지만 의존적일 수밖에"

"中, '체계상 경쟁자'이지만 '체계적 경쟁'할 대상은 아냐"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율성을 지키려면 국방과 기술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강조했다.

EU의 외교 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대표는 4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주적이고 싶다면 스스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기술 개발 면에서 우리(유럽) 는 자체적 행동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일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적으로 살기 위해 부모와 살지 않고 집을 떠난 젊은이는 집세를 내야 한다"며 "성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요구한다.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주성은 무료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렐 대표는 이어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보호 우산 아래 살길 원한다면 분명 비용은 더 싸겠지만 당신이 의존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자주적이고 싶다면 자기의 비용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산업 혁명에서 패배하고 치욕의 세기를 겪은 역사적 경험이 있다"며 "중국은 이 세계에서 기술적 우월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완벽히 이해한다. 항상 그랬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패배할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혁신과 개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제공하는 기술에 의존하기만 한다면 패배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렐 대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과 EU관계에 관해서는 "핵심은 우리는 다자주의를 다시 한 번 국제정치를 이끄는 도구로 만들길 원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이후 미국의 대중 정책에 관해서는 "톤은 분명 다르겠지만 미국의 대중 태세는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정파를 넘어선다"며 "민주당 역시 보호주의자 같은 구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EU의 대중 전략에 대해 중국은 EU의 '체계상 경쟁자'이지만 그렇다고 유럽이 중국과 '체계적인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렐 대표는 "체계상 경쟁자란 경쟁적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뜻이지만 체계적인 경쟁이란 매일 일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라며 "후자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EU가 중국과 보다 균형잡힌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 합의를 체결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서구 세계에 스스로를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한 나라와 우리와의 관계에 일정 수준의 평등함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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