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미사 정원 20%로 감축…교당 한가해
조계사도 코로나 우려 대웅전 인원 40명 제한
자식 향한 마음은 후끈…차가운 바닥서 기도
"전에는 바글바글했는데 너무 줄어들어 깜짝"
3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당 앞 광장에는 성당을 찾은 신도들이 많지 않았다. 광장에 사람 4~5명이 드문드문 지나다니고 기원 촛불은 절반 가량 정도만 차 한가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늦둥이 딸을 응원하러 대구에서 온 한 60대 학부모 A씨는 "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코로나19 때문인지 사람이 한 둘 밖에 없어서 깜짝 놀랐다"며 "이전 수능 때 다른 성당에서 기도를 했을 때는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였고 초를 놓을 자리가 없어서 반만 타도 치워야 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한의대를 다니고 있는데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면서 의대 반수에 도전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그 추운 날씨에도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국어시간엔 국어를 잘 보길 기도하고 쉬는 시간에는 다 같이 화장실 다녀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명동성당은 오전 7시와 10시, 오후 6시와 7시에 열리는 미사 정원을 코로나19 전 대비 20%로 감축했다. 이에 대성당 내부도 거리두기를 지키는 등 한적한 모습이었다.
성당은 입장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성전 내부에서는 침묵하도록 지도했다. 또 문화관과 만남의 방 등은 폐쇄조치했다. 미사 입장 전 명부를 작성하고 체온 체크 등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항한 절절한 학부모들의 마음만은 막을 수 없었다. 야외 마리아 성물 앞에서 차가운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수험생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도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이전 수능날과 비교해 신도들이 10분의1 수준만 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계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 수능에는 500~600명 가까이 인파가 몰렸으나 이날은 코로나19로 인해 약 10% 수준인 50~60명이 모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전이라면 인파가 몰려 가득 찼을 대웅전이지만 이날은 거리두기를 위해 내부 인원을 40명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띄어앉기 표시가 된 빨간색 테이프 위에 앉아 무릎 위에 손을 얹거나 모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채 간절히 빌기도 했다.
대웅전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차가운 돌계단에서 엎드려 기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에도 불구, 조계사에서도 자식들을 향한 '마음 거리두지 않기'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마당에 설치된 소원 종이 설치물에는 '수능시험 만점', '꼭 합격', '사랑하는 우리 OO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수능에서 꼭 원하는 성취하기를 기도해', '손녀 OOO 수능대박 원하는 대학 합격 발원' 등의 종이가 달렸다.
이날 조계사를 찾은 장모(49)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혼자서 고생하면서 열심히 했다"며 "힘들었던 만큼 그냥 실수 안 하고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능에서는 수험생 49만3433명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3만1291개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리·감독관과 방역인력은 12만708명이 투입됐다. 응시자들은 체온 측정을 받게 되며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별도 시험실에 배치된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별도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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