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침대 자는건 인정…' 성폭행 판결 1심 무죄·2심 3년

기사등록 2020/12/02 11:19:45 최종수정 2020/12/02 11:45:02

'피해자 진술 진정성' 1심-2심 재판부 판단달라

1심 "무죄 가능성 배제 못한다면 피고인 이익"

2심 "모호한 진술, 전체 신빙성 해칠 정도 아냐"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유·무죄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렸다. 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모호한 부분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했지만, 2심은 선고에 영향을 끼칠 만큼은 아니라고 봤다.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7년 전부터 피해자 B(25·여)씨와 알고 지내던 A씨는 2018년 12월23일 '함께 술을 마시자'는 B씨의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B씨를 포함한 5명과 만나 술을 마시던 A씨는 새벽 4시에 이들과 헤어졌다.

늦은 시간 갈 곳이 없었던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갈 데가 없으니 모텔에서 잠만 자게 해달라"고 말한 뒤 B씨가 묵던 모텔로 찾아갔다.

피해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 조건으로 같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게된 A씨는 곧 B씨를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일관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A씨와 피해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는 당시의 느낌이나 감정 등 세부적이고 특징적인 경험에 관한 묘사는 거의 보이지 않고 일부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는 등의 방법으로 제압한 뒤 성폭행에 나섰다면 상당한 정도의 통증이나 외상이 남아야 하지만 그러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만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통해 당시 상황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처럼 묘사된다"며 "피해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느다고 솔직히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모순되지 않으며 일관된다"며 "피해자 진술처럼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강간 행위에 나선 시점에 대해 피해자 진술이 일치하지 않은 점에 대해해서는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보였던 태도나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사정이 진술의 신빙성을 좌우할 정도도 중요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피해자가 더욱 더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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