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건의…내년 교사 가배정 800명 감축
"코로나19로 과밀학급 등교하려면 교사 더 필요"
사실상 '교원 정원 증가'…'땜질 처방'이란 우려도
"기간제 양산 대신 정식으로 교원 정원 늘려야"
감염병 상황에서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고 학급을 늘리려면 교사가 더 필요한 만큼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뽑을 수 있는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더 충원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되, 일시적 수요 대처를 위해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교사 정원을 더 늘릴 수 없으므로, 코로나19로 발생한 수요를 충원하는 '정원 외' 기간제 교사 활용을 고려 중이라는 의미다.
현재 교원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총정원령'에 따라 그 수를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익히 알려진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가 출산휴가나 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이를 채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교원 자격을 가진 사람을 뽑아 쓰는 제도다. '정원 내' 기간제를 말하는 것이다.
반면 정원 외 기간제 교사는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는 교사가 아니다. 신도시 개발로 학교가 늘어나거나 시·도교육청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선발한 경우다. 교사 정원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력을 늘리기 위해 시·도교육청이 짜낸 일종의 '편법'이라 할 수 있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는 교육 당국의 해묵은 고민거리가 돼 왔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경기도교육청의 정원 외 교사 6000여명 채용을 문제 삼아 이를 시정하라 요구했으나, 도교육청은 교사가 부족하다며 반발했던 바 있다.
전체 기간제 교사 수는 매년 증가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전국 기간제 교사는 올해 4월 5만7776명으로, 지난 2016년 4만6666명에서 4년만에 1만명 넘게 증가했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별도 집계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시·도교육청들은 공공연히 다수의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활용하는 중이다. 지난해 울산시교육청이 자체 예산 30억원을 쏟아 보건교사 800여명을 정원 외 기간제로 뽑은 게 대표적이다.
시교육청은 등교 확대 방침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초1, 중1 매일 등교를 추진했지만, 인구가 많은 지역 과대학교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교사 증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내년 한시적으로라도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뽑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정원 외 기간제를 임의로 쓰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 외 기간제교사를 선발하게 된다면 당장 임용시험에 합격했으나 학교에 발령받지 못한 임용대기자, 교·사대를 졸업하고 교원 자격을 취득한 예비교사, 명예퇴직자 등이 교단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립 교사 임용대기자는 올해 9월1일 기준 전국 1529명이다. 초등교사가 1315명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정원 외 기간제 교사라는 '땜질 처방'을 쓴다면 향후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문제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도교육청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 한시적으로 선발한다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섣불리 해직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처우가 열악한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양산하는 대신 정교사 정원을 늘려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원을 늘리지 못하니까 편법적으로 정원 외 기간제를 뽑아서 교사를 늘리는 것"이라며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춰야 한다면 정식으로 교원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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