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직무배제 철회하라"…평검사 반발, 전국 확대 예고

기사등록 2020/11/26 06:10:59 최종수정 2020/11/26 07:17:12

7년만에 열린 평검사 회의 "위법·부당"

내부망에 추미애 조치 비판글 이어져

"목소리 내야 할 때"…검란 비화 가능성

"부당하지만, 차분히 대응해야" 의견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추 장관이 잠시 나왔다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고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제일 기자 =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평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검란(檢亂)으로 비화할 가능성 등도 거론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 이후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추 장관 조치를 비판하는 글과 반박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평검사들은 전날 회의를 열고 공동 입장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명한 것은 위법·부당한 조치"라며 "국가의 준사법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검찰제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로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사태 이후 나온 첫 집단행동으로, 평검사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여만의 일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으로 법무부의 감찰 대상이 되자 사의를 밝혔고,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내부 회의를 열고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지 않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0.11.25. yesphoto@newsis.com
대검찰청 소속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들도 같은날 회의를 열고 "법무부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하고 부당하다"면서 "검찰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맡은 바 직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무부장관께서 지금이라도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실명으로 내부망에 글을 적어 이번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많았다. 김수현(50·사법연수원 30기) 제주지검 인권감독관, 김창진(45·31기) 부산동부지청 형사1부장, 정희도(54·31기)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 김경목(40·38기) 수원지검 검사 등이 추 장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 주장을 폈다. 다수의 검사들도 댓글을 통해 동의한다는 의사를 남겼다.

직무배제 사유로 거론된 '재판부 사찰'과 관련해서는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50·32기) 고양지청 부장검사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총장의 감찰 및 징계 사유가 되는 현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검찰 내부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해 전국 각 검찰청에서 평검사회의 소집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만큼, 회의 이후 이들의 추가 입장 등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1.24. dadazon@newsis.com
이번 사태가 기수별 회의, 간부 회의 등으로 이어지면서 검란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창진 부장검사는 "검사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하되 이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며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검사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의 중수부 폐지 등 방침에 검사들이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집단 반발한 사례가 가까운 검란 사태로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검찰이 기수별 회의 등을 열면서 조직적으로 저항한 전례가 있다.

다만 검사들의 집단 행동이 여론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추 장관의 징계요구는 부당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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