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배경색, 공간 디자인 등 곳곳서 '탁현민 표' 디테일 연출
APEC, 태평양 상징 푸른색…G20, 사우디 상징 녹색 배경
靑 "사우디, 한국 회의장 인상 깊어 해…'어메이징' 찬사"
탁현민 "코로나 시대 다자회담 필요성…비대면 형식 고민"
지난 20일부터 3박4일 간 화상회의 형태로 연속해서 치러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주최국들로부터 청와대의 정상회의 세트장 관련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했다.
강 대변인은 "G20 정상회의 후에 주최국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셰르파 채널을 통해 '어메이징(amazing)'이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쓰면서 한국의 화상회의장에 놀라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사우디 기술진은 물론, 장관과 고위급 인사들 모두 한국 회의장을 아주 인상 깊게 봤다고 전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주 동안 화상 정상회의 세트장이 마련된 청와대 본관 충무실은 각 회의체 성격에 맞게 수 차례 겉모습을 바꿨다. APEC 정상회의 때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협력체를 상징하는 푸른색의 세트 배경색으로 활용했고, G20 정상회의 때는 이슬람 국가인 주최국 사우디를 고려해 녹색을 배경색으로 골랐다.
강 대변인은 "무엇이 놀랐느냐는 우리 측의 질문에 사우디 측은 화상회의장의 디자인, 특히 녹색 색상을 아주 인상깊게 봤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주도적으로 세트 배경색은 물론, 회의장 전경에 대한 공간 디자인, 오디오, 촬영 장비, 영상 장비 등 크게 5가지 분야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준비를 해왔다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의 테이블 배치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삼각형과 오각형, 사다리꼴 모양으로 이어지는 테이블 패턴은 '원 팀(One team)'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로 활용됐다. 테이블 배치와 반대편 벽면을 모두 곡선으로 처리한 것은 상대 정상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기 위한 뜻이 담겨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 대변인은 "정면에서 보면 일직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커브처럼 곡선을 이루고 있다. 앞에 LED 스크린 또한 곡면인데,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기 위한 차원"이라며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상대국 정상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총 5대의 영상 카메라가 동원됐다. 로우 앵글(low angle)로 배치된 특수 레일 카메라를 동원해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다 역동적이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통상적으로 통역을 위해 사용하는 별도의 이어폰을 착용하는 대신 동시통역사의 음성이 회의장 내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게 하는 등 정상회의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신경 썼다.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으면 상대국 정상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달 뒤인 4월 아세안+3 특별 화상정상회의 때는 3대의 대형 TV와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고, 지난 6월 한·유럽연합(EU) 화상정상회의 때부터 현재와 같은 별도 세트장에서 정상회의를 소화했다. 앞선 정상회의에서 느꼈던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고, 진화를 거듭한 끝에 약 7개월 만에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다자 정상회의 총연출을 맡아왔던 탁 비서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주 간 금토일에 걸쳐 8회로 진행된 다자정상회담이 이제 막 종료"라며 "한·아세안 정상회의로부터 APEC, G20 정상회의까지 코로나 시대에 다자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비대면 형식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지는 새벽"이라고 그동안의 소회를 적었다.
지난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종료 직후에는 "우리 회담장 구성에 다들 놀라워하고,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또 예정된 화상정상회의에 우리의 시스템이 참고할 만 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점에서 그래도 다행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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