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APEC·G20 다자 무대로…4강 균형외교 초점

기사등록 2020/11/19 15:28:21

文, 방역 경험 공유…기업인 이동 원활 지지 확보

20일 APEC서 미국 대선 후 트럼프 첫 대면 주목

트럼프, 대중 견제·자국 우선 메시지 발신 가능성

文대통령-스가 총리 일주일만의 재대면도 눈길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서명식 후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어 각국 정상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11.15.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회의 일정을 소화한다. 첫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처음 마주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 정상이 주고받을 메시지에 시선이 쏠린다. 또 일주일 만에 만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 다시금 남다른 친밀감을 표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달 ▲한·아세안 정상회의(12일)  ▲제2차 한·메콩 정상회의(13일) ▲아세안+3 정상회의(14일) ▲EAS 정상회의(14일) ▲RCEP 정상회의(15일)  참석을 시작으로 다자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두 비대면 화상 정상회의 형태로 열리고 있다.

금주 문 대통령이 참여하는 다자회의는 아세안 회원국을 중심으로 열렸던 지난주와 달리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이 다자무역 틀 안에 모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리는 다자회의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견인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금주 외교 일정에 돌입한다. APEC 정상회의는 환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21개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지역 기반의 회의체다. 1989년 12개국 APEC 각료회의 형태로 출발한 뒤, 1993년 현재와 같은 정상회의로 승격됐다.

또 문 대통령은 21일부터 이틀에 걸쳐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G20 정상회의는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과 유럽연합(EU) 의장국, 신흥시장 12개국 등이 모인 이른바 경제 선진국들간 다자회의체로 불린다. 전 세계 경제 질서를 조율하는 핵심 회의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의 다자회의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공유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 '기업인 이동 원활화'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G20 특별정상회의에서 필수적 인력 이동 원활화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며 정상선언문에 문구로 포함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박복영 경제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K-방역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국제기구와 지속 협력하면서 진단 기기와 마스크 등 1억불 이상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왔음을 설명하고 앞으로도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 기여를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2020.11.14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제안한 필수인력 이동 원활화 논의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여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APEC 지역 내 기업인들의 이동을 원활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다자 외교 일정에서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APEC 정상회의에 불참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문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 시선이 쏠린다. 한미 정상은 그간 상호 신뢰를 강조하며 돈독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선거 불복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주고 받을 메시지에 주목되는 이유기도 하다.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회의라는 성격상 양 정상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주고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기 내에 마지막 외교 무대일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패권 경쟁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줄곧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자국 중심주의적 가치를 피력해왔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G20과 APEC 정상회의는 핵심적 다자주의 체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대중 비난 메시지와 함께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두 다자회의에 모두 참석하면서 문 대통령이 그간 이어온 균형 외교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화면 위 오른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0.11.14.since1999@newsis.com
그러나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견제 메시지들은 그리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자유무역질서와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는 기존의 입장을 전달하는 선에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상관없이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는 기존의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번의 다자회의에서 문 대통령와 스가 총리의 대면도 주목된다. 스가 내각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세안+3 정상회의 모두 발언 첫 마디에서 스가 총리에게 각별한 반가움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참석 정상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의장국 정상의 이름을 적접 언급하며 존경의 뜻을 전달하는 통상적인 외교 관례를 뛰어넘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다자 무대에서도 임기 내 한일 관계를 풀어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발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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