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계기로 화학적 거세법 시행
조두순은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 아냐
재범 줄이는 효과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정부와 정치권은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부랴부랴 조두순의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안산시는 관내 폐쇄회로(CC)TV를 2배 늘리기로 했고, 국회에서는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법무부, 경찰청, 여성가족부는 조두순을 24시간 밀착 감독하는 전담보호관찰관을 지정하고, 음주 금지와 외출제한 등도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조두순은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 아냐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온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는 그가 끔찍한 범죄를 또다시 저지르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성범죄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로 알려져 있다.
2008년 12월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 한 조두순의 끔찍한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자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특히 아동 성범죄자에게는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는 2010년 7월23일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화학적 거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정작 조두순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지 않았다. 조두순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2009년) 이후에 법이 제정돼 소급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별도의 치료감호 명령을 받지 않아 치료감호심의위를 통한 처분도 불가능하다.
재범 줄이는 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어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는 19세 이상의 성범죄자에게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심리치료를 실시해 재범을 억제하는 제도다.
성도착증 환자란 소아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성적 성벽(性癖)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를 뜻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충동 약물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MPA),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 고세렐린 아세테이트, 트립토렐린 아세테이트,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PA) 등 5가지다.
이같은 약물은 성충동의 근원인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해 정자 생산이나 발기 능력을 낮춘다. 다만 약물 투입을 중단하면 다시 성욕을 회복한다.
조두순이 만약 성충동 약물치료의 조건을 충족해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았다면 재범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을까?
현재 국내외적으로 성충동 약물치료가 성도착증이 있는 성범죄자의 재범율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성충동 약물치료가 재범율을 낮춘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성충동 약물치료가 성인에서 재범방지에 효과적인지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특히 성인에게 이런 약물치료가 소아에 대한 성적 학대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성충동 약물치료는 '처벌'의 개념이 아닌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의 개념으로 봐야한다"며 "재발 방지에 대한 임상적 효과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서유럽의 상당수 나라는 (대상자의 동의가 없는)강제적인 성충동 약물치료를 하고 있지 않다"며 "호주의 경우에도 성충동 약물치료제를 도입하려다가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서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약물치료 대상자 중 재범자 없어"
반면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범 우려가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는 성충동 약물치료가 최선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충동 약물치료가 시행된 후 치료가 개시된 성범죄자는 2014년 4명, 2015년 1명, 2016년 7명, 2017년 5명, 2018년 10명 등이다.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성범죄자 중 현재까지 재범자는 없다.
해외에서도 성충동 약물치료가 성범죄자들의 재범률을 낮춘 사례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오레곤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가석방된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률을 분석한 결과 치료에 불응한 55명중 10명이 재범해 재범률은 18.2%인데 반해 약물치료를 받은 79명중 한 명도 재범하지 않아 재범률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고 출소한 뒤 형이 집행 중인 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이상 약물 투여시 성적인 충동행동 조절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이 2015년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고 출소한 뒤 형이 집행 중인 6명을 대상으로 약제를 1년 이상 투여한 결과 성적인 충동행동의 조절 효과가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6명의 약물치료 대상자가 1년 이상 꾸준히 류프로렐린을 투여 받은 결과 성적환상, 태도, 충동행동에서 유의미한 감소 효과가 있었다.
임명호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조두순이 출소 후 문제를 일으킨다면 결국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게 될 텐데 사후약방문이란 생각이 든다"며 "사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만큼 조두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약물치료를 받게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소아 성폭력 가해자의 70~90%가 정신과적 병이 있다. 소아기호증, 소아성애는 심한 형태의 성도착증인데 일부 다른 국가에서는 약물치료 대상"이라며 "인권문제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1번)을 쓰지 않고 2번, 3번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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