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왜 11번가의 손을 잡았나

기사등록 2020/11/17 15:36:29

SK텔레콤 '탈통신' 기조의 일환

이커머스 내세우나 속내는 따로

상장 앞둔 11번가, 몸값 뛸 듯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국내 업체와 제휴해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파트너로 낙점된 곳은 '11번가'다.

하지만 11번가와의 협력이라기보다는 백그라운드와 손잡은 것이라는 데 무게감이 더 실린다. 모기업이 SK텔레콤, 그 뒤에 SK그룹이 있어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T는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SKT는 11번가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양사는 일단 "11번가에서 소비자가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이커머스 사업 만을 협력 대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직구가 보편화한 마당에 이것만을 위해 두 기업이 맞손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SKT는 통신망을 통해 상당 부분의 이익을 얻는 구조에서 탈피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아마존과 협업해 반도체나 클라우드 등 다양한 ICT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SKT와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유료 멤버십 모델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진작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 시장 형태나 소비자 쇼핑 정서가 여타 국가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쇼핑 사업 하나만 봤다기보다 국내 통신사업자 1위인 SK텔레콤과의 다양한 제휴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아마존과의 협력이 원활히 진행하려면 11번가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11번가는 상장을 위해 흑자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몸값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과의 제휴로 SK텔레콤의 11번가 상장 의지가 더욱더 강하게 드러난 셈"이라며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이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오픈마켓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해 왔던 11번가가 물류 시스템을 어떻게 확충할지 여부가 관심사"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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