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브렉시트·나토·무역…美-EU 관계 어떻게 될까?

기사등록 2020/11/10 12:02:07

"바이든, '조용한' 美우선주의 이어갈 것"

트럼프서 교훈…"경제·안보 자생력 높여야"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0.11.10.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과 독일·프랑스의 관계는 어떻게 재편될까?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결정된 가운데 유럽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국과 유럽의 향후 관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바이든은 실용적인 국제주의자"라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훨씬 '조용한 방식'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답을 내놨다.

또한 현재 미국의 혼란한 정국을 미뤄봤을 때 외교는 바이든의 우선 과제가 아닐 것이며, 유럽과의 관계 역시 '징벌'보다는 '친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미국 무역협상, 일정대로 체결될 듯
[비아리츠=AP/뉴시스] 작년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7개국(G7)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서로를 가리키며 웃음을 짓고 있다. 2020.11.04.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던 존슨 총리는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전임인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브렉시트를 존슨 총리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응원도 이어졌다. 

반면 존슨 총리와 바이든과의 접점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작년 12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이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제인간"이라고 비난한 발언을 바탕으로 향후 양국 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뿐이다.

BBC는 그럼에도 세계 지정학적인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영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첫 번째 이유는 영국과 미국의 무역협정에서 오는 이익 때문이다. 올해 1월 EU를 공식적으로 탈퇴한 영국은 전환 기간이 끝나는 연말 전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BBC는 여전히 영국의 재정은 안정적이고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확실하다며 바이든이 갑작스럽게 무역협상을 종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 긍정적으로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재추진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세계 무대에서 미국과 영국의 공통된 이익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중국·러시아 견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바이든이 취임 후 첫 과제로 파리 기후변화 협약 재가입을 꼽은 만큼 다방면에서 영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한숨 돌린 나토
[헤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방위비를 분담을 이유로 독일 주둔 미군 병력 1만2000명을 감축하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린 바 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나토 가입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증액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사진은 2011년 5월 독일 헤센주의 미군 비행장에서 병장들이 정렬한 모습. 2020.11.10.


바이든의 당선에 가장 환호한 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나토 가입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증액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EU와의 무역분쟁에 대한 보복, 유럽 주둔 미군의 철수 등을 위협했다.

바이든의 당선 소식에 나토가 빠르게 축하인사를 보낸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7일 "나토와 대서양 연간 국가 관계의 강력한 지지자가 당선됐된 것을 환영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와 가까운 발트해 국가들도 기쁨을 표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은 트럼프 행정부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브로맨스'에 불안을 호소했다며, 이같은 불안 요소가 사라진 데에 안심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랑스·독일, 바이든 행정부와 순항?
[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인근 메제베르크성에서 만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럽의 다자주의적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지난 수년간 갈등의 원인이 돼 왔다. 2020.11.10.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에 유난히 날을 세웠다. EU의 다자주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번번이 부딪히면서다. 

지난해 프랑스가 미국 IT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를 도입하며 양국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독일과의 관계는 더욱 심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를 분담을 이유로 독일 주둔 미군 병력 1만2000명을 감축하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에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까? 유럽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렇지 않다'다.

바이든은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과오를 꼬집었을 뿐 외교에 대한 특별한 방향성을 내놓지 않았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주 "미국은 지난 몇 년동안 우호적인 무역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양국의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이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비 지출 압박 역시 정도의 차이일 뿐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독일과 프랑스는 바이든의 당선과 관계없이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EU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EU 정상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유럽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경제, 환경, 안보 분야에서 자립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BBC는 그러나 유럽의 완전한 자생까지 경제적, 정치적 난관이 산적해있다며,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등장에 유럽 곳곳에서는 행복감이 묻어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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