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선거 불복·폭력 조장' 親트럼프 그룹 폐쇄

기사등록 2020/11/06 11:43:30

'도둑질을 멈춰라' 개설 하루만에 회원수 36만명 ↑

반대 시위 자금 모집·가짜 정보 유포·내전 언급도

이용자, 그룹 폐쇄 후 민병대 애용 타 서비스 이동

[피닉스=AP/뉴시스]5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대선 투표 집계가 진행 중인 마리코파 카운티 투표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 지지 깃발을 들고 모여 있다.  2020.11.06.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페이스북은 5일(현지시간) 친(親)트럼프 보수 활동가들이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자행됐다고 주장하면서 개표 반대 시위를 조직하고자 사용하던 그룹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를 폐쇄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지난 3일 대선 이후 단행한 가장 적극적인 온라인 질서 유지 활동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페이스북은 이 그룹 일부 구성원들이 폭력을 요구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폐쇄 사유를 밝혔다.

5일 WSJ와 정보기술 전문매체 더버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그룹은 보수 성향 비영리 단체 '우먼 포 아메리카 퍼스트' 공동 설립자인 카일리 제인 크레이머가 전날 오후 3시 만들었다.

그는 1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이 그룹으로 유도했고 개설 하루 만에 회원수가 36만1000명을 돌파했다. 미국 언론은 5일 오후 2시 폐쇄 되기 직전 이 그룹 신규 회원이 시간당 2만5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이 그룹은 투표의 진실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군대(boots)'가 필요하다면서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격전지로 분류되는 주(州)에 시위대를 보낼 항공료와 숙박료를 요청했다. 이 그룹은 평화적인 활동을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일부 회원들은 '내전(civil war)'을 언급했다.

한 회원은 "우리는 어떤 사람들 때문에 내전 위기에 몰렸다. 나라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그들과 함께 하거나 그들에게 (이를) 중단하고 다시 하나가 되도록 설득할 수 없다"며 "나는 여러분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에 수백명의 회원들은 "내전"이라고 답했다.

이 그룹에서는 투표용지를 집계하는 직원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선거캠페인 로고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에게 잘못된 투표용지가 고의적으로 제공됐다는 등의 유권자 사기와 협박을 주장하는 게시물이 공유됐다.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주장이다.

페이스북은 폐쇄 사유로 폭력 조장을 언급했다. 대선 이후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예외적으로 이뤄진 조치라고도 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대선 기간에 '선거의 정당성을 제거하기 위해(delegitimization)' 조직한 단체"라면서 "일부 회원들이 폭력을 요구하는 우려 섞인 요구를 내놓은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머는 "페이스북이 보수주의자를 침묵시키기 위해 선택적으로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 그룹이 폐쇄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SNS업체가 흑인 시위대도 이렇게 취급했느냐"는 글을 공유했다.

일부 회원들은 그룹 폐쇄에 대비해 사전에 미국 민병대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메시지 앱 '미위(MeWe)' 등으로 활동 거점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NS업체 트위터도 '도둑질을 멈춰라' 관련 게시물과 해시태그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선거개입 규정을 위반한 게시물에는 조치가 취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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