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사의에 與 "당혹스럽다" vs 野 "정책실패 반성해야"

기사등록 2020/11/03 20:39:38

민주당 "맞는 형식인지 일반적 관행인지 낯선 풍경" 지적

"본분 위해서라면 원칙대로 대주주 요건 시행 설득해야"

김종인 "홍남기, 소신과 맞지 않으면 사의 표명 당연해"

야당 "사퇴쇼 아니라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 필요한 시점"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한주홍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돌연 사의 표명을 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소신과 맞지 않으면 당연하다", "무책임한 태도"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데 책임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홍 부총리가 이같이 말하자 당황한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여기서 부총리님의 거취 문제까지 말씀하셔서 놀랍고도 좀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예산심의가 내일부터 있는데 갑자기 그 말씀을 하셔서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은 2021년도 예산심의를 앞두고 홍 부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을 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윤 위원장은 "의원 질문도 없는 상태에서 기관장이 사의 표명을 스스로 밝혀서 의원님들이 애써 준비하신 정책 질의나 예산심의가 상당히 위축됐다"며 "위원회 권위에 안 맞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3. photo@newsis.com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부총리께서 지금 사직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니까 몹시 당황스럽다"며 "그 형식이 맞는 형식인지, 일반적 관행인지도 (의아하다). 좀 낯선 풍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기 의원은 "보통 대통령의 참모 입장에서는 대통령께 그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해도 대단히 엄중한 시기이고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 임면권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그런 의중은 의중대로 가지고 있되 묵묵하게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는 게 역할"이라며 "굳이 예산심의를 하는 자리에서 본인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단히 궁금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550조원이 넘는 (내년) 예산안이 있고 부동산 등 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타워 입장에서 전부 진행해야 할 수장의 위치에 계신 분이 엄중한 시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와 태도냐"고 거듭 비판했다.

홍 부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김두관 의원도 "엄중한 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셔서 좀 당황스럽고 많은 아쉬움이 있다"면서 질의는 서면으로 대체하겠다고 발언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부총리께서 본분을 다하시기 위해서는 사직서를 내실 게 아니라 끝까지 원칙대로 대주주 요건 시행을 설득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반려 소식이 전해진 후 낸 공식 논평에서는 "책임감의 발로로 이해한다"며 "경제 회복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될 시기에 경제 수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03. photo@newsis.com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정책 실패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경제 주무장관이 자기가 일단 정했던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기 소신과 맞지 않으니 사의 표명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한 데 대해서는 "당장 사의를 받으면 후임자도 아직 생각하지 않았던 과정이기 때문에, 일단 반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하더니, 당정간 이견을 이유로 무작정 사표를 던진 홍부총리는 참으로 무책임하다. 그마저도 반려하며 안 그래도 힘든 우리 경제에 혼란을 부추긴 사퇴쇼 역시 황당하기만 하다"고 짚었다.

황 부대변인은 "쇼가 아니라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 그리고 경제정책 전환을 전제로 한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아 비대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사퇴의지 고수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감의 표명인지 대주주 기준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소신 항명인지 그것도 아니면 임대차3법의 주체가 피해자가 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인지"라며 "뭐가 되었든 이 분은 생각을 하고 사시는 분이다"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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