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돌발 사의 "대주주 요건 유예 책임지고 사의"
윤후덕 "정책질의·예산심의 위축…권위 안 맞는 행동"
기동민 "몹시 당황스럽다…대단히 무책임한 처사"
공식 논평선 "책임감의 발로로 이해, 흔들림 없어야"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데 책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질의 순서에서 홍 부총리가 이 같이 말하자 당황한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여기서 부총리님의 거취 문제까지 말씀하셔서 놀랍고도 좀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예산심의가 내일부터 있는데 갑자기 그 말씀을 하셔서…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은 2021년도 예산심의를 앞두고 홍 부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을 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윤 위원장은 "의원 질문도 없는 상태에서 기관장이 사의 표명을 스스로 밝혀서 의원님들이 애써 준비하신 정책 질의나 예산 심의가 상당히 위축됐다"며 "위원회 권위에 안 맞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부총리께서 지금 사직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니까 몹시 당황스럽다"며 "그 형식이 맞는 형식인지, 일반적 관행인지도 (의아하다). 좀 낯선 풍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기 의원은 "보통 대통령의 참모 입장에서는 대통령께 그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해도 대단히 엄중한 시기이고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 임면권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그런 의중은 의중대로 가지고 있되 묵묵하게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는 게 역할"이라며 "굳이 예산심의를 하는 자리에서 본인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단히 궁금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550조원이 넘는 (내년) 예산안이 있고 부동산 등 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콘트롤타워 입장에서 전부 진행해야 할 수장의 위치에 계신 분이 엄중한 시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게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와 태도냐"고 거듭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부총리께서 본분을 다하시기 위해서는 사직서를 내실 게 아니라 끝까지 원칙대로 대주주 요건 시행을 설득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반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여러가지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서 고민도 많고 불만도 있으실 수 있지만 대통령께서 반려했다고 하니 더욱 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당 의원들은 갑작스러운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전체회의 전 기재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의 표명을 했고, 상임위 회의장에서 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설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의아했다"며 "의원이 질의하면서 거취는 안 물어봤는데 묻지도 않은 것을 답변 끝물에 사표 내고 사의 표명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반려 소식이 전해진 후 낸 공식 논평에서는 "책임감의 발로로 이해한다"며 "경제 회복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될 시기에 경제 수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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