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형량 더 높여야"

기사등록 2020/11/02 18:46:15

대법원 양형위, 화상회의로 공청회 진행

9월 강화된 양형기준안 발표…의견수렴

"실형선고 비율 낮아…얼마나 개선되나"

"우리 법원 왜 미국처럼 엄벌하지 않나"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n번방 사태'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엄벌하기 위한 강화된 양형기준안을 내놓은 가운데,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2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20분까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관한 15차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양형위는 지난 9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화된 양형기준안을 공개한 바 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상습적으로 제작하면 최대 징역 29년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고 합의하면 처벌하지 않는 경우를 배제하도록 했다.

이날 공청회는 이 같은 양형기준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우선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에 관해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관들이 권고 형량의 최하한을 선고할 때는 감경 사유를 적시하거나 더 상향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윤정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제작 범죄의 경우 헤비 업로더, 사이트, 디지털 장의사 등 음성 산업화돼 있다는 점에서 형량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허위영상물 반포 등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촬영물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부적절한 감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서 대표는 영상물 회수를 감경 사유로 인정할 경우, 범죄자가 디지털 장의사에 삭제를 의뢰하면서 오히려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산업 구조가 성장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재미로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는 경우를 가중 요소에 포함하고, 진지한 반성의 의미가 담기지 않는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은 감경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변호사는 그동안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낮았는데, 강화된 양형기준에 따라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박사' 조주빈이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통신매체이용 음란죄에 관한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김현아 변호사는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의 경우 일반적인 협박죄보다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범행이 경미한 경우 감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오히려 협박의 강도가 심한 경우를 가중 요소로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통신매체이용 음란죄에 관해서는 인적 신뢰가 있는 관계에서 범죄가 발생한 경우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경렬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가 문제되면서 과잉입법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범죄마다 선고되는 양형의 편차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펼쳤다.

일반 방청인들은 이미 유포된 촬영물을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자발적 회수를 감경 사유로 포함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미국과 달리 우리 법원이 미성년자 상대 성착취물 제작을 가볍게 처벌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다.

양형위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기관 및 행정예고를 통한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 7일 제106차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의 주최로, 상임위원인 김우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사회를 맡았으며 수석전문위원인 손철우 서울고법 판사가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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