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겨우내 갈고닦은 기량을 점검하는 시범경기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두 취소됐다. 시범경기 전체 일정이 사라진 것은 1983년 시행 이후 처음이다.
시범경기의 전면 취소는 다가올 파행 운영의 서막에 불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월1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같은 달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으로 미뤘다.
결과적으로 4월 개막도 이뤄지지 않았다. KBO는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코로나19 여파에 다시 한 번 개막일에 손을 댔고, 예정보다 38일이나 늦어진 5월5일 시작을 알렸다.
새 시즌 출사표를 밝히는 감독과 선수, 이를 팬들에게 전달하려는 취재진 모두 어색해하던 비대면 미디어데이는 코로나19가 만든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개막 당시 관중석을 개방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구단들은 인형과 문구, 플래카드 등 각자의 방법으로 휑한 관중석을 채웠다.
프로스포츠의 주인인 팬이 사라진 그라운드는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반응하던 팬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오롯이 선수들의 파이팅 구호만이 휑한 공간을 채울 뿐이었다. 관중이 자리했다면 듣기 어려웠던 더그아웃 내 대화들로 팀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처음 관중 입장이 시작된 것은 개막 두 달여가 지난 7월26일이다. '직관'(직접 관람)에 목말랐던 팬들은 KBO가 마련한 대응 지침을 준수하며 각자의 선수들을 응원했다.
모처럼 찾아온 봄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발맞춰 프로야구는 8월23일 다시 출입문을 걸어잠궜다. 무관중 정책은 10월12일까지 계속됐다. 선수들은 다시 한 번 팬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포스트시즌에는 관중 입장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가을야구 관중석은 최대 50%까지 채워진다. 경기 전후 행사시 방역, 관중 입·퇴장 시 거리두기 등은 지금과 변함이 없다.
코로나19가 만든 이색 풍경은 시즌 종료 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한파가 예상된다. 초A급 선수가 아닌 이상 예년과 달리 대박을 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들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구단들이 지갑을 여는데 소극적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차기 시즌 준비의 연례행사로 여겨졌던 해외 전지훈련도 전면 무산되는 분위기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구단들은 국내 전지훈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출국 자제 분위기가 완화되면 해외로 떠나는 팀이 나올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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