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대법원은 대선 8일이 남은 26일 저녁(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선거당국 제소와 관련된 긴급 판결 발표를 통해 "위스콘신주에서는 대선 우편투표물이 선거 당일까지 '도착'해야 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선거일인 11월3일 투표마감 시간인 오후8시까지 선거당국 사무실에 도착하지 못한 우편투표는 개표할 가치가 없는 무효로 뜯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선거당일 사무실 도착이 아니라 우체국 '소인'을 유효 기준으로 여기는 상식을 뒤집은 판결이다.
이 연방 대법원 판결은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대법원판사 인준 1시간 전에 나왔으며 5 대 3으로 보수와 진보 세력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위스콘신주는 4월 후보경선 당시에는 투표일 당일까지 부쳤다는 소인만 있으면 투표일 후 엿새 동안 도착한 것도 유효표로 보고 개표했었다.
그것이 주지사는 민주당이고 주의회 다수당은 공화당인 상황에서 문제가 돼 우여곡절 끝에 연방 최고심이 공화당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연방 대법원은 나흘 전에 거의 같은 사안의 펜실베이니아주 긴급판결에서는 민주당 손을 들어주었다. 펜실베이니아나 위스콘신 모두 트럼프와 뜨거운 인연이 있는 경합주 중 경합주인데 이번 대선의 핵심인 우편투표와 관련한 판결이 달랐다.
펜실베이니아 판결에서 진보 편에 서서 4 대 4 동률을 이루게했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위스콘신 판결에서는 주마다 사정이 다르다면서 보수 편에 선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판결은 3가지이나 그 중 민주당을 기쁘게 한 것은 투표일 오후8시까지 우체국 소인이 있는 우편투표물은 투표일 후 사흘 안에만 도착하면 유효로 보고 개표하라는 명령이다.
나머지는 펜주 우편투표물은 아무리 빨리 도착하더라도 11월3일 전에는 개봉 및 개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펜주 전통대로 겉봉투 안에 따로 속봉투를 넣지 않는 우편투표는 무효라는 '전근대적' 판결이다.
민주당은 속봉투 없이 '발가벗어' 무효가 되는 투표가 최소 15만 건은 될 것으로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흘 뒤 도착분까지 개표하라는 판결에 감지덕지하고 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판결은 4 대 4 동률에서 이뤄져 공화당은 이를 문제삼고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그러면 9번째 판사가 된 배럿 판사가 합류해 5 대 4 강경보수 우세로 뒤집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미국 선거는 철저히 주 당국이 주관한다. 그래서 우편투표를 중심으로 현재 44개 주에 걸쳐 300건의 선거관련 소송이 제기되었다. 이 중 상당수가 결국 연방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유효표 기준만 해도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에서 보듯 거의 각 주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주 중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판결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4년 전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단 4만4000표(0.7%)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을 눌러 주 선거인단 20명을 독식했고 이어 위스콘신에서도 2만3000표(0.8%) 차로 10명를 독차지했다. 이 두 사이에 낀 미시간에서는 더 적은 1만 표(0.2%)로 16명을 독식했다.
이 3개 주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밀기는 30여 년 만인데 트럼프는 전체 투표에서는 286만 표(2.0%)나 뒤졌지만 이 3개 주에서 7만7000표 우세하고 선거인단 46명을 혼자 차지했다. 그 결과 선거인단 과반 270명을 36명 웃돌아 전연 뜻밖의 승리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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