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생활고 시달리던 택배기사 극단 선택…올들어 사망만 11명(종합)

기사등록 2020/10/20 16:23:15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노동자 사망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문제 조사해야"

퇴사 희망에도 지점들 책임 돌리며 압박

택배노조 "불공정 계약 정부 건의할 것"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등 13개 단체가 故김원종·故장덕준·故김동휘님 추모 및 대기업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1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 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택배기사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올해 사망한 택배기사가 11명으로 늘어나면서 택배업계에 만연한 과로사와 갑질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오늘 새벽 3~4시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40대 후반 택배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권리금 관행을 알게됐다.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된 것"이라며 "고용부 차원에서 국토부와 함께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환노위가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김씨가 숨진채로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발견됐다.

김씨는 지인 소개로 택배를 시작하게 되며 입사 과정에서 택배 업무를 수행할 지역에 대한 권리금 약 300만원과 보증금 형식로 지점에 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약 800만원 가량의 투자금이 들어갔지만 월 200만원 수준의 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되자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점 관리자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퇴사를 희망했지만 지점에서는 일방적 근로 종료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유로 김씨에게 책임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씨는 사망 직전까지 본인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직접 사람을 구해야 했으며 이 같은 내용은 자필로 작성된 유서에 빼곡히 담겼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 유가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면담요구 방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 외치고 있다. 2020.10.14. dadazon@newsis.com
유서에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 차량구입, 전용번호판까지 구입했지만 현실은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며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되는 구역임에도 직원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이라고 했다.

그는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신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택배노조는 "로젠택배의 경우 구역을 사고팔기 위해 권리금을 현금으로 내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쉬쉬하고 있어 그 과정의 피해를 택배기사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면서 "계약상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과 보증금 철폐에 대한 부분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 측은 과로사대책위원회와 대응을 논의 중에 있으며 이 같은 문제를 고용부, 국토부 측에 제기할 예정이다. 

김씨를 포함해 올들어 사망한 택배기사가 11명에 달하자 정책 당국은 택배업계에 대해 칼을 빼든 상태다.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택배기사가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그는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했으며 일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측은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는 다음달 13일까지 택배사 및 대리점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택배기사 6000여명에 대한 면담조사 실시 계획을 밝힌 상태다. 3주간 긴급점검에서는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산재보험 입직신고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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