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갤럭시 익스프레스'...라이다 카메라로 만든 '새로운 눈'

기사등록 2020/10/15 12:33:49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서 개인전

사물, 인체, 기계 연결된 전미래적 세계관

[서울=뉴시스] <사르트르, 외사시, 10개의 눈, 사물>, 2020, 황동 주물, 자석, 광물, 12 x 15 x 17 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물, 인체, 기계가 연결된 네트워크 형태의 구성을 통해 미래의 ‘초연결 사회’를 암시하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양아치(50)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를 15일 개막했다.

우주의 은하를 뜻하는 ‘갤럭시’는 작가 양아치가 지속해서 탐구해 온 주제로, 3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신작 20여점을 공개한다.

20여년간 미디어의 영역과 본질을 탐구해 온 작가의 신작 시리즈는 주체와 객체, 인체와 사물, 자연과 인공의 구분이 없는 대상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전미래적인 세계관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 <파티마 성모 마리아, 1,000개의 눈, 사물>, 2020, 나무에 채색, 광물, 33 x 115 x 35 cm

 
보라빛으로 물든 이번 전시는 1000개의 손과 1000개의 눈으로 위로와 치유의 의미를 건네는 미래의 사물들이 눈길을 끈다. 인간의 눈과는 다른 열화상 카메라, 라이다 카메라라는 '새로운 눈'을 활용해 표현했다.

작가는 "많은 작업들이 있는데, 가장 중심이 될만한 것은 눈"이라며 "눈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해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사르트르, 외사시, 10개의 눈, 사물'(2020)과 '사르트르, 연결된, 신체, 사물'(2020) 등 금속으로 제작된 조각들은 여러 개의 동공을 가지며, 불상의 손의 형상을 딴 '10개의 수인, 연결된, 사물'(2020)과 성모 마리아의 성상인 '파티마 성모 마리아, 1000개의 눈, 사물'(2020)에는 확장된 눈을 상징하는 다수의 사물이 붙어 있다.

1000개의 손과 1000개의 눈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살피는 천수관음, 온몸에 백 개의 눈을 갖고 모든 것을 보는 그리스 신화 속 거인 아르고스등은 어디에서나 우리를 주시하는 감시카메라나 기계와의 결합으로 신체를 확장하는 사이보그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뉴시스] <갤럭시 익스프레스>, 2020, 단채널 영상 10분 56초, 가변크기

또 다른 영상 작업인 'Galaxy Express'(2020)는 인간의 눈과는 다른 열화상 카메라, 라이다 카메라 등의 ‘새로운 눈’으로 만든 화면을 선보인다. 특히 라이다 카메라는 렌즈 없이 데이터만으로 촬영되는 이미지를 만들며 기존의 인식 범주를 흔든다.

전시장에서 직접 손에 들고 관람할 수 있는 렌즈는 ‘다른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다른 차원의 감각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양아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실험해 온 ’미디어의 장(field)’을 한층 더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박소현 책임큐레이터는 "양아치의 세계는 여러 행성과 에피소드를 거치며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는 ‘은하철도 999’의 이야기처럼 지난 모든 과정을 종합하며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기점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가시적인 잠재태의 세계를 조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바라캇갤러리, 양아치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 Galaxy Express 》 展

[서울=뉴시스]  '갤럭시 익스프레스' 개인전을 연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 작가가 바라캇컨템포러리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는 누구?

양아치’라는 이름은 “시대적 산물”이라고 한다. 양아치는 14~15년 전 국민PC가 보급될 때 자신이 사용한 세 개의 ID 가운데 하나다.작업 초기에 사용하던 온라인 아이디가 작가명이 되었다. 1970년 부산 출신으로 본명은 조성진이다.

2000년대 초반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전형적인 예술형식으로부터 탈피하여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자신의 조형 언어를 실험하고 확장해 왔다.

한국의 사회, 정치적인 풍경을 인터넷 홈쇼핑으로 비유한 '양아치 조합'(2002)과 국가적인 감시 메커니즘을 비판한 '전자정부'(2003)와 같은 웹 기반의 작업이 시작었다.

국립현대미술관(2016, 2013, 2012, 2004),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2018, 2010), 부산비엔날레(2016), 강원 비엔날레(2018), 서울시립미술관(2016, 2015), 경기도미술관(2018, 2011, 2010),아르코 미술관(2020, 2017), 백남준 아트센터(2016, 2015, 2008) 등이 있으며, 프랑스, 홍콩, 일본, 독일,미국, 칠레 등의 다수의 미술 기관 및 행사에서 국제전을 가졌다.

양아치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10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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