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에 달고 산 '라임 일당'…허풍인가, 실체있나

기사등록 2020/10/15 13:46:34

김봉현, 법정 증언으로 라임 사태 새 국면

정관계 인사들 거론되며 관련 논란 가중

라임 일당들의 국면 타개책이라는 이견도

"돈 줬다" vs "안 받아" 모두 의혹 해명 필요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0.04.26. semail3778@naver.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새 국면을 맞았지만 논란의 시작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발언의 신빙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사건을 실체 있는 '권력형 게이트' 사건으로 보기에는 아직 성급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전 센터장 등 라임 사태에 연루된 이들은 지난해부터 '청와대' 인맥을 운운했는데, 당시 코너에 몰렸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허풍이었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 심리로 진행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고향 친구인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청와대에서 만난다기에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강 전 수석이 당시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억울한 면이 많은 모양"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을 이 전 대표에게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강기정(왼쪽) 전 정무수석이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김봉현 및 조선일보 손해배상 소장 접수에 앞서 고소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12. myjs@newsis.com
하지만 재판 이후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을 위증죄로 고소하면서 "라임 돈 1원 한장 받은 적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청와대 출입 시 소지품 검사를 거론하면서 "어떻게 5000만원을 들고 오겠느냐냐"고 하기도 했다. 강 전 수석도 구체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6월 지인에게 보낸 "(청와대) 민정수석,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이를 근거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루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의 증언이나 문자메시지 내용에 대한 '펙트 체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전 대표 역시 강 전 수석을 만나기 전 김 전 회장과 만난 것은 맞지만 라임 관련 기자회견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덮는 바람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 전 회장이 정관계 로비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지난 6월께부터다. 수사 과정에서 강 전 수석을 만나러 간다는 이 전 대표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때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검찰은 해당 진술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7월 청와대에 폐쇄회로(CC)TV를 요청했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검찰이 지난 몇 달 간 관련 수사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라임자산운용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 청와대 전 행정관이 지난 4월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2020.04.18. misocamera@newsis.com
라임의 청와대 연루설을 거론했던 대신증권 반포WM센터 장모 전 센터장의 발언도 부실 펀드 피해자 설득을 위한 타개책 정도로 읽히는 부분이 있다.

올해 3월께에는 장 전 센터장과 부실 펀드 피해자인 개그맨 김한석씨가 지난해 12월 대화한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여기서 장 전 센터장은 "라임 거요, 이 분이 다 막았었어요"라고 언급한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장 전 센터장은 금융감독원(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명함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 조차도 지난 8일 재판 증언 중 라임 사태 무마와 관련해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한 인물이다.

당시 이 전 대표 변호인이 '김 전 행정관을 통해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하자, 김 전 회장은 "실시간으로 사건이 너무 커졌다"고 했다.

물론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회장으로부터 8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행정관 역시 금감원의 라임 조사 보고서 중 일부를 김 전 회장에게 건네 준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김 전 회장의 로비 의혹 중 일부는 밝혀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나온 사실만으로 김 전 회장의 모든 발언을 '권력형 게이트'로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돈을 줬다는 사람이든, 안 받았다는 사람이든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인 김갑수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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