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쫓겨나고 의왕집도 못 팔고…임대차법 발목 잡힌 홍남기

기사등록 2020/10/14 20:43:28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주장에 매수인 대출 막혀

새 집주인 잔금 납부 미뤄져 소유권 등기 이전도 못 해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0.14. kmx1105@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주택자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매도했던 경기 의왕시 소재 아파트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거래 불발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세로 사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도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내년 1월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이중고에 놓였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주도한 정책 총괄자이자 경제 수장인 홍 부총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개정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초 소유 중이던 의왕 소재 아파트(전용 97.1㎡) 매매계약을 9억2000만원에 체결했으나 새 집주인이 2개월이 지나도록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소유권 등기 이전을 하지 못했다.

내년 1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기존 세입자가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했다가 전셋값 급등 영향으로 새로운 집을 찾지 못한 상황이 되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주장하며 계속해서 거주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에 따르면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겠다고 하면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면 2년을 더 살 수 있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지속 거주를 요구하면서 홍 부총리의 의왕 아파트 매매를 계약한 매수인이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진행되고 있는 전세난을 시인한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의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0.10.14.  misocamera@newsis.com

정부는 지난 6·17 부동산대책에서 의왕을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매매 계약에서는 세입자의 거주 의사로 전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매수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홍 부총리는 현재 거주 중인 마포 전셋집도 임대차 3법으로 내년 1월까지 비워줘야 하는 처지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2년 더 전세로 살 수 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아직 전셋집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갱신청구권 행사가 시작된 9월 공적보증(5억원 이하) 갱신율이 연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갱신 계약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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