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긴급 이사회 열어 회장 선임
20년간 그룹 수장자리를 지켜온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 자리를 물려받는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4일 화상 이사회를 열어 정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정주영, 정몽구 회장에 이어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룹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지 2년 1개월만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의 회장 선임을 극비리에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맞춰 확고한 리더십으로 유연하고 발빠른 대응을 하고, 건강문제 등으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 9월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왔고, 취임 후 현대차그룹을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켜 왔다.
그는 "IT기업보다 더 IT기업이 돼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취임 후 현대차는 정기공채 폐지와 수시채용, 복장 자율화, 직급체계 축소 등으로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현대차에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도 정 수석부회장의 성과다. 정 수석 부회장은 해외 완성차업체에와 국내 IT기업 등에서 인재를 영입,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그룹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영입한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을 일으켰다.
수소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세계 최초 수출에 성공했고, 2025년까지 1600대, 2030년까지 2만5000대 이상의 수소전기트럭을 유럽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내년을 전기차 원년으로 선포하고 2025년에는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도모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위축을 회복하고, 부진이 계속된 중국 등 시장을 회복시키는 한편 마무리되지 못한 지배구조 개편도 이뤄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 그룹의 위기 속에서도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며 "정주영, 정몽구 회장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최고 수장을 맡아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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