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민관 협업을 통한 체계적인 수소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수소 충전 가격이 현재 수준 보다 20% 가량 저렴해진다. 현행 수소가격은 kg당 7000원대 초반으로 형성돼 있지만 내년에는 5000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충남 당진에 수소차용 수소 공급 출하센터를 착공했다. 완공은 내년 초로,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에서 운영하게 된다. 산업부는 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 지원과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출하센터는 인근 현대제철 공장에서 생산한 수소를 저장했다가 현대글로비스의 수소 전용 이송 특수 차량인 수소튜브트레일러에 고압으로 적재한다. 1회 최대 340kg 운송이 가능한 차량이다. 이를 통해 내년 초부터 연간 최대 2000t의 수소가 서울·경기·충남·충북·전북 등에 공급된다. 이는 수소 승용차 1만3000대에 보급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수송용 수소연료는 정확한 가격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부생수소의 경우 생산가격보다 정제·저장·운송에 많은 비용이 소모돼 지역별로 kg당 5500원에서 1만원까지 도매가격이 들쑥날쑥이다.
수소유통에 통합된 시스템이 없어 수소 생산과 운송, 소비 각 단계의 정보들이 연계되지 않아 수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운송비도 소요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와 국회, 세종청사 등의 수소충전 요금은 kg당 8800원 수준으로 휘발유에 비해 매우 높지만, 공급가에 부가세만 붙여서 파는 수준으로 사업성은 형편없다. 충전소 건설에 통상 30억원이 소요되고,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국내에 운행되는 수소차가 많지 않아 만성 적자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수소가격이 5000원대로 낮아지면 국내 수소산업에도 활력이 돌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러한 데이터에 운영 알고리즘을 적용해 최적의 충전 공급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수소 충전단가가 현재 대비 약 20% 인하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친환경 수소산업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수소차 판매 세계 1위 기록을 세웠고, 최근 세계 최초 수소전기트럭 양산과 수출도 이뤄냈다. 한화는 세계 최초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완공했고, 효성은 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두산중공업도 액화수소 플랜트 실증사업에 나섰다.
정부 역시 지난 2월 수소경제법을 제정, 글로벌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간기업과 힘을 합치고 있다. 친환경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사업성이 떨어지는 수소산업 선점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똘똘 뭉친 것은 수소산업의 잠재력 때문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에는 세계 수소경제 규모가 2500억원에 달하고, 한국 내 수소시장도 국내 에너지 수요의 20%를 차지하는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030년이면 수소가격이 kg당 평균 2달러에 도달,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신할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스위스에 수출하는 수소전기 트럭을 국내 사양으로 개발해 내년 국내에 출시하고, 시범사업에 투입한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쿠팡 등이 수소전기 화물차를 구매해 물류 노선에 시범 투입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소전기 트럭을 양산,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연료 가격이 낮아지면 국내 물류사들의 수소트럭 전환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며 수소경제를 위한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며 "수소가격 인하로 수소충전소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소비자 편익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우리 수소산업에도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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