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2% '요양시설·병원'…"입소자들 코로나19 최대 피해자 가능성"

기사등록 2020/10/03 06:00:00

2주 요양시설·병원 확진자 8월초 1명→10월 142명

8월 중순 종교시설·집회 등에서 유행 시작 후 늘어나

9월 세브란스병원 이어 정신요양시설·병원 감염 급증

전문가 "유행→요양시설 확산→사망자 속출 공식화"

정은경 "종사자 감염 관리 철저…증상자 신속 검사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30일 오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된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 2020.09.30.  chocrystal@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수도권 종교시설과 집회를 통한 8월 유행 직전 2주 동안 1명에 불과했던 요양시설·의료기관 관련 확진자가 10월 들어 142명까지 늘어 방역당국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에게 치명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성이 특히 다인실 구조가 많은 요양시설에서 확산될 경우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됐을 걸로 추정되는 시설·기관 종사자를 통한 감염 사례가 많아 종사자들에게 위험 장소에서 사람 접촉 자제, 방역수칙 준수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0시를 기준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 0시까지 신고된 1169명 중 12.1%인 142명이 병원 및 요양병원 등 감염 사례다.

최근 2주 동안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100명이라면 12명은 병원·요양시설의 환자·입소자나 종사자 등이라는 얘기다.

종교시설과 도심 집회를 통한 대규모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8월11일, 당시 2주(7월29일~8월11일)간 신고된 457명 중 1명에 불과했던 병원 및 요양병원 등 관련 환자는 8월 말 증가하기 시작해 9월 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데 이어 52일 만에 142명이 됐다.

8월에는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경기 안산 한도병원(이상 8월17일 첫 확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8월22일 첫 확진) 등에서 환자들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8월7일부터 23일까지 17일간 한자릿수였던 2주간 병원 및 요양시설 등 확진자는 24일부터 두자릿수로 증가하고 경기 남양주 참사랑요양원에서 접촉자 조사 중 17명이 추가로 발생한 8월29일 29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재활병동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환자를 간병했던 가족 등을 통해 추가 전파가 확인된 9월 들어 80명대(9월11일 81명)까지 늘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관련 감염이 포천시 소망공동체 요양원 등으로 확대되고 경기 고양시 정신요양시설인 박애원(9월15일 첫 확진) 사례 등이 추가되면서 9월24일 107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지난달 28일 입원 환자 2명이 확진된 서울 도봉구의 신경정신과 전문병원 다나병원에서 현재까지 입원 환자 33명이 확진되면서 140명을 넘게 됐다.

요양시설과 의료기관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많아 방역당국은 코로나19로부터 기필코 보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얘기한다.

요양시설의 감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2~3월 청도대남병원과 대구·경북 일대 요양시설 집단감염 사례를 통해 이미 접한 바 있다. 8월 이후 확진자 중 9월29일까지 발생한 사망자 100명 중 27명이 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에서 감염(17명)됐거나 다른 감염 경로를 통해 요양시설 및 의료기관 등에서 사망한 경우(10명)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지역에서 유행이 발생하면 그 유행이 마지막에는 요양병원 감염으로 이어지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일이 마치 공식처럼 일어나고 있다"며 "대학병원처럼 1인실 등으로 환자 감염 예방을 하지 못하고 입소자들이 모여 생활한다면 (코로나19 유행) 최대 피해자는 요양병원 입소자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우선 조기 치료를 위해 진단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고 신규 입소자 등에 대해 전수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었던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신규 입원 환자도 진단 검사시 건강보험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진단검사만으론 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 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종사자를 통한 감염이 늘고 있어 당국은 종사자들에게 감염 관리는 물론, 사람 간 접촉도 줄여 달라고 주문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청 청장)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출퇴근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각종 활동들을 하는 종사자들이 먼저 감염되고 의료기관 내에서 노출이 이뤄지는 경우들이 좀 더 많고 일부는 환자 또는 시설 이용자가 먼저 확인되는 경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사자의 경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마스크 착용이나 개인위생 수칙을 시설 내에서, 지역사회에서도 철저히 지키는 것들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의심 증상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검사를 독려하고 검사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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