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작년 사망원인통계 분석
"코로나19에 배려·관심↑…소진·감정조절 어려움도↑"
여성 사망률 1년새 6.7% 증가…"사망률 증가에 우려"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건 양육 부담과 실업, 사회적 연대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비슷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를) 볼 때 2~3월에는 좋아하는 사람 못 만나니까 답답하다고 했다면 최근에는 코로나가 아니라 굶어 죽을 지경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연대와 상대방 배려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백 센터장은 "누구나 힘들기 때문에 '재난 시기를 잘 이겨내자', '서로 사회적 신뢰에 기반해서 힘을 모아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증가한 면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진되고 의욕이 없어지거나 감정 조절이 힘들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나타난 경향 가운데는 여성의 극단적인 선택 증가가 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799명으로 전년 대비 129명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남성이 38.0명, 여성은 15.8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4배 높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1.4% 감소한 반면 여성은 6.7%가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50대, 70대, 80대 이상 등은 감소했지만 20대 이하와 60대 등은 증가했다.
실제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지난해 10~11월 20대 여성 등의 극단적인 선택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우선 비슷한 시기 유명인의 죽음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센터장은 "2000년대 발생한 연예인 사망에 비해 지난해 10~11월에 알려진 안타까운 사고의 파급력은 적어졌다"며 "베르테르 효과를 줄이는 등 언론에서 가이드라인을 잘 지켜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망자 수는 40~50대 남성이 가장 많고 사망률은 노인층이 높은데 사망자 증가율은 여성이 높았기 때문에 우려가 좀 있다"며 "양육에 대한 부담, 20대 여성의 높은 실업률,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 단절 등을 (사망률 증가 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선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를 인용해 여성 사망률이 급증한 일본에서 한국에 자문하는 등 양국이 협력해 원인 등을 분석 중이라고 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백 센터장은 전했다.
백 센터장은 "자살을 줄이기 위한 양국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이 있다"면서도 "자기 나라 데이터는 그 나라에서 분석을 하는 거지 특별한 자료를 본 게 없다. 협력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고통 등을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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