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벤츠'처럼…4억 이상 고급차 80%가 '법인카'

기사등록 2020/09/14 16:57:39

민주당 이형석 의원, 국토부 자동차 등록현황 분석

고가 차량일수록 법인차 비율 높아, 매년 증가세

"법인차 사적 사용 횡행, 관리·감독 강화해야" 지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03.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1억원 이상 고급 승용차일수록 개인 소유 차량보다 법인 명의 차량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신규 등록된 4억원 이상 최고급 '슈퍼카'의 80% 이상은 법인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사주 일가가 회삿돈으로 산 고가의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까지 탈루하는 '탈법적인 사치행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5월 기준 전체 승용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1억 미만 차량 중 법인차 비율은 6.1%에 그쳤다.

1억원 이상~4억원 미만 차량에선 법인차 비율이 51%였고, 4억원 이상 최고급 차량 중에서는 6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슈퍼카' 법인차 비율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억원 이상 최고급 승용차의 경우 2019년 법인차의 신규 등록률은 87.2%로, 동일 가격대 전체 법인차 비율 62%보다 24.8%포인트(p) 높았다.

고가차량 중 법인차 비중이 높은 것은 법인의 업무용차량 구매·유지에 드는 돈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삿돈으로 고가의 차를 타면서 법인세도 아끼는 것인데 특히 일부 사주일가는 이를 악용해 회삿돈으로 '슈퍼카'를 구매, 사적으로 사용하다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인천=뉴시스] 정일형 기자=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9일에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다 치킨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차량도 법인 명의 차량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피해자 가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5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법인차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석 의원은 법인의 업무용차량 보험서류와 운행기록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필요시 국세청이 운행실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내놓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슈퍼카를 이용한 극소수 부유층의 탈법적 사치행태는 조세정의에도 맞지 않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일인데, 국가가 이를 방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무늬만 회사차'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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