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17년 北정권교체 '작계 5027' 이행 검토…전쟁 위협 현실이었다"

기사등록 2020/09/14 16:08:19

밥 우드워드 신간 '분노'에 담겨

작계 5027에 '핵무기 80개 사용' 포함

8월엔 대응공격 검토했다 전면전 우려에 철회

트럼프 "나 아니었으면 큰 전쟁 치렀을 것"

[서울=뉴시스]미국이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훈련으로 지난달 31일 오후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대를 한꺼번에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2017.09.01. (사진=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미국이 지난 2017년 북한에 핵무기 80개 사용 가능성이 포함된 작전계획 5027과 함께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작전계획 5015까지 검토했으며 실제 전쟁 직전까지 간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13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오는 15일 출간하는 신간 '분노'에 담겼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년차로, 북한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를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때였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당시) 오마하 전략사령부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 즉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했다"며 "지도부를 타격하는 작전계획 5015도 업데이트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미국 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와 ICBM을 보유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은 군과 국가안보팀이 보안 통신선으로 하는 긴급회의인 최고위 기밀 콘퍼런스를 통해 6차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했으며 북한의 핵무기 경량화, 분산, 은폐 능력에 놀랐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시애틀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면 우리는 벌써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2차 발사를 막기 위해 우리가 (미사일을) 쏠 가능성은 현실적이었다"고 했다.

미국의 핵 무기 사용은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재래식 요격미사일 사용 권한을 위임한 상태였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핵 전쟁 가능성에 심적 부담을 느꼈으며 전쟁기념관에 홀로 앉아 자신의 역할을 고심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해야 했지만 이를 예방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찾으려 했다고 했다.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런 전쟁 계획은 준비돼 있었다"면서 작전계획 5027과 5015가 실제 검토됐다고 전했다. 작전계획 5027에 핵무기 80개 사용이 포함됐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개월 간의 긴장 끝에 북한은 한국시간으로 2017년 7월4일 화성-14를 발사했다. 알래스카, 하와이는 물론 본토 서부 해안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매티스 장관의 승인으로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 사령관은 다음날 남북 접경 지역 동해안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드워드는 "미국의 미사일 발사 지점부터 북한미사일 시험장은 물론 김 위원장이 발사 장면을 참관한 사진이 찍힌 텐트까지의 정확한 거리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 발사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3주 뒤인 7월28일 더욱 강력한 ICBM을 발사했다. 미국의 많은 지역을 강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8월29일 북한은 일본 홋카이도를 넘어 태평양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때 매티스 장관은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에 위협적이진 않다고 판단했지만 일본 상공을 목표한 것은 분명했고 계산 착오로 일본 본토를 타격했을 경우 중대한 국제적 위기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응을 검토했으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중단했다고 한다.

이어 9월4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7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이 그것은 수소 폭탄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은 같은 달 23일 전략폭격기 B-1B와 F-15C 전투기 등 전투기 20여대를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보내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즈음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리틀 로켓맨"이라고 공격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에 대해 "비생산적이고 유치하고 위험했다"며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회고했다. 또한 "트윗을 제외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어떤 지휘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고 인터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13일 인터뷰에서 "그는 완전히 갈 준비가 돼 있었고 그렇게 가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가(김 위원장이) 직접 그렇게 말했는지' 되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랬을(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린 큰 전쟁을 치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도 "우리는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한 측근에 "우린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혀 몰랐다"며 "어떤 경우든 미국은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