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아베, '적 기지 공격' 고수…"연말까지 제시" 차기 정부 압박(종합)

기사등록 2020/09/11 22:55:36

'적 기지 공격' 명시 안 했지만 "억지력 높여야"

"북 미사일 능력 향상…일 위협 능력 이미 보유"

전수방위 위반 논란 의식 "헌법 내에서 검토"

[도쿄=AP/뉴시스]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소재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2020.08.28.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선제 공격 논란이 일고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말까지 새로운 미사일 저지 대응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퇴임을 며칠 앞둔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은 갑작스런 퇴임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안보 전략이 차기 정부에서 번복되지 않도록 하면서 연내에 방안을 내놓도록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담화를 통해 "퇴임 즈음 지금까지의 논의 내용을 정리했다. 안보 전략의 변화는 없다"면서 "여당과 협의한 뒤 연말까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지스 어쇼어를 대체할 요격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선 "일본을 사정권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수백 발을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의 소형화, 탄두화도 실현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보유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해 발사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사일 방어망 돌파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러한 고도화 된 기술이 사거리가 긴 미사일에 응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요격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두고 "억지력을 높여 일본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한층 저하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선제 공격 논란을 의식한 듯 "새로운 방침은 헌법 범위 내에서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전수방위(방위를 위해서만 무력을 쓰는 일) 생각이나 미·일의 기본적인 역할 분담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의 가장 중대한 책무는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그리고 영토·영해·영공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방위력의 목표는 이를 최종적으로 담보하고 우리의 확고한 의사와 능력을 명확히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7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육상 미사일 요격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2기를 미국에서 도입키로 했으나 올해 6월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이를 백지화했다.

대신 같은 달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대체할 미사일 저지 방안 마련과 함께 상대국의 탄도미사일 발사기지 등을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선제 타격 논란을 의식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대신 '미사일 저지 능력'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의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을 고려해 일본이 상대 거점을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선제 타격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이 이를 가시화할 경우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도 무력 증강에 나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자민당 간부는 "아베 정권은 헌법 개정도,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영도) 반환도, (북합) 납치문제도 성과가 없다. 적 기자 공격을 정권의 레거시(정치적 유산)로 하려고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민당의 연립 정당인 공명당도 전쟁포기 헌법 하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편 아베 총리는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지 나흘만인 지난달 28일 지명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다며 조기 사임을 발표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였다. 그는 2007년 9월 1차 내각 시절에도 지병 악화로 조기 퇴진한 바 있다.

자민당은 오는 14일 새 총재를 선출한다. 당선한 후보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공식 지명된다.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후임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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