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6년만에 채권단 관리…회생 성공할까

기사등록 2020/09/11 19:40:04

인수 무산된 아시아나, 채권단 관리 돌입

코로나19 장기화에 재매각 시기는 불투명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아시아나 항공 발권 카운터에서 승객들이 발권을 준비하고 있다. 2020.09.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결국 '노딜'(No deal·인수 무산)로 마무리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면서 회생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도 이날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에 돌입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약 5년 만인 지난 2014년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지만, 이후에도 재무 상태 개선은 쉽지 않았다.

채권단은 일단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다. 채권단은 추후 경영권을 확보해 추가자금 투입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다만,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말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1386%) 대비 900%p 이상 급증했다. 자본잠식률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9.8%로 악화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으면 향후 6개월 간 90% 이상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해야 해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도 당분간 어렵다.

[인천공항=뉴시스]김병문 기자 =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M&A(인수·합병) 무산에 따른 '플랜B' 보고와 지원 방식이 결정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2020.09.10.  dadazon@newsis.com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부실이 심각해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한 항공사"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경우 과연 책임있는 경영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대우조선해양처럼 10조원 이상의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기업 형태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향후 재매각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우선 자회사 매각에 나서 몸집을 줄이고, 경영정상화를 이룬 뒤 조속히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는 계열사 지원 금지여서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은 분리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다만 항공업황이 죽을 쑤는 상황에서 마땅한 새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현재 항공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국적 항공사 9곳의 국제선·국내선 여객 수는 557만459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감소했다. 특히 국제선은 전년보다 97.8% 급감했고, 국내선도 37.8% 줄었다.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여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화물 부문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각 항공사들의 화물 운송공급이 늘며 운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여객 급감으로 인해 올해 전 세계 민간항공업계 매출이 지난해(8390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419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회사 분리매각과 관련해서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이미 공급 과잉이어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실제로 또 다른 LCC인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 7월에 매각이 결렬되며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의 모습. 2020.09.11. park7691@newsis.com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꾸준한 경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M&A 무산 소식 이후 사내 담화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할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꾸준히 해나간다면 반드시 경영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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