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결국 '노딜'…HDC현산, 소송 or 조정신청 '갈림길'

기사등록 2020/09/11 19:05:44 최종수정 2020/09/11 19:07:48

현산,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에 계약금 2500억 보내

산은, 계약 무산 책임 HDC현산에 있다며 계약금 몰취 선언

간단하고 빠른 조정신청 가능성…곧바로 소송 돌입할 수도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의 모습. 2020.09.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무산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앞으로 취하게 될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인데, 아시아나 항공 '노딜(No deal·인수 무산)' 이후 업계의 관심사는 계약금 2500억원의 향방이다.

앞서 HDC현산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함께 지난해 12월27일 이행보증금으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금호산업에 냈다. 투자지분 비율에 따라 HDC현산은 2010억원, 미래에셋대우는 49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매각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면서 계약금을 모두 몰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HDC현산이 2500억원의 계약금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가지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법원에 이행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09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로 산업은행에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물어줘야 했다.

당시 한화는 소송보다 기간과 절차가 빠르고 간단한 조정신청을 선택했다. HDC현산 역시 인수계약 체결 이후 많은 시간을 끌어온 만큼 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이 완전히 대립할 경우 성사되기 어렵다.

한화 역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11일 최종 무산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HDC현산이 취할 수 있는 두 번째 액션은 곧바로 소송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소송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화의 경우 1심과 2심에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원심을 깨고 이행보증금액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단해 9년 만에 1951억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각에선 '12주간의 재실사' 등 인수전 과정 중에 보여준 HDC현산의 태도들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서 발을 빼기 위한 명분을 쌓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HDC현산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은 인수계약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걸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HDC현산이 지난 7월 12주 간의 아시아나 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한 이유는 계약 이후에 갑작스럽게 부채와 차입금이 증가했고, 외부감사인이 내부 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는 등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HDC현산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돌연 실사 작업을 중단하면서 그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에 돌렸다.

HDC현산은 보도자료에서 "4월초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에 대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다"며 "10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어떠한 사전 협의가 없었음에도 금호산업이 계약해제를 통보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여러차례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이 '노딜'로 끝난 이상 계약금 반환을 위한 과정은 불가피하다"라며 "한화가 9년에 걸친 소송을 통해 계약금의 3분의 1을 돌려받은 선례가 있는 만큼, HDC현산도 계약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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