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이상직'에 與 엄중 기류 선회…윤리감찰단도 거론

기사등록 2020/09/11 17:49:00

공식 언급 없던 與, 이스타 대규모 해고 등 곤혹

지도부서 이상직 논란 첫 언급…"당정 적극 대처"

이낙연 "실태 파악 및 대응 의견 내달라" 주문

당 차원 적극 대응 공감대…'출당까지 고려' 의견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9.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윤해리 기자 = 최근 600명이 넘는 임직원에게 해고 통보가 이뤄진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11일 이상직 의원을 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지도부에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응 의견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회의에서는 당내 신설될 윤리감찰단 회부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250억원대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공식 언급 없이 '로우키(Low-key)'로 대응해 왔다.

이 의원이 표면적으로는 이스타항공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일가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스타항공 사태가 불거진 뒤인 지난 7월 이 의원이 전북도당위원장에 출마하자 지도부 차원의 우려를 전달해 출마 포기를 유도하는 등 물밑 대응 정도만 있어 왔다.

그러나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사장의 법인 명의 포르쉐 사용 논란, 이스타홀딩스 최대주주이자 아들인 이원준씨의 억대 유학비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이 의원과 함께 민주당도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

특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끝내 무산되고 605명에 달하는 임직원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로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여권은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의원을 횡령·배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민주당의 침묵을 비판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 대한 당정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는 첫 공개 언급도 나왔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국회의원-전라북도·시·군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린 31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이상직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0.07.31.pmkeul@newsis.com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돼 605명에게 정리 해고가 통보됐다.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당 의원이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만큼 더 책임있는 자세로 이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며 "250억원 임금체불 중이고 고용보험료 5억원 체납으로 고용유지 지원금도 못 받는 상황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했다.

신 최고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당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책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대량해고 문제에 대해서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의원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당의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던 일이 있었잖냐.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당이 소명도 받고 경고를 줄 것은 주고 합당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현재 상황이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어떻게 대응했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달라"는 취지로 최고위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최근 윤영찬 의원의 포털 외압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경고 메시지를 내며 조기 진화에 나섰던 것처럼 이스타항공 사태도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도 다수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대량해고가 이뤄져 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인데 당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며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었는데 신 최고위원이 적절한 시점에 얘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사태가 심각해졌으니까 이 의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테지만 본인이 사과해야 하고 당 차원에서 강하게 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이상직 의원 일가 고소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2020.07.29. park7691@newsis.com
이와 관련해 다음주 출범 예정인 당내 윤리감찰단에서 이 의원 문제를 다뤄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감찰단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 자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전담키 위해 당내 설치키로 한 기구다.

당의 실태 파악을 통해 이 의원의 이스타항공 경영이나 노사 문제에서 윤리적 문제가 감지된다면 윤리감찰단을 통해 대응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문제를 포함해서 우리가 사후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적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니까 다음주 윤리감찰단이 출범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러자 이 대표가 '그 기구로 과연 대응이 될까요'라고 물었다. 여러 측면에서 당이 민첩하게 대응하고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법적으로는 이스타항공 대표가 아니지만 국민 정서상으로는 실질적 오너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도덕성 문제가 확인된다면 출당 조치까지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누구보다 이 의원 본인이 가장 고민이 클테니 언론만 보고 대응할 게 아니라 소명을 먼저 듣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신중 기류도 존재한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당내 구성원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최고위원이 문제 제기를 한 만큼 다음주는 그와 관련된 논의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재산신고 내역과 딸의 생활비 지출 관련 언론보도를 '악의적'이라고 표현하며 사실관계를 해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일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나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통보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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